[2007] 데스노트1

만화책을 어느 정도 보다가 만나게 된 영화.

일단 주인공 라이토가 만화책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너무 차이가 있어 초반에 살짝쿵 실망했다.  

만화책에서는 지적이고 단정한 이미지 속에 싸늘한 악함이 느껴졌는데

영화의 주인공은 시커먼 얼굴에 작은키, 독한 인상.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안정환이 나와야할 자리에 고종수가 나온 셈이니

원작과의 괴리는 물론, 원작을 아예 무시한다고 해도 그리 맘에 드는 캐스팅이 아니었다.

데스노트는 영화는 1편으로 끝은 아니니 전체적인 평을 1편만으로 내리는 것은

예의바른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뭐 못할 것은 또 없네.

원작과 똑같이 마무리가 될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는데

1편만으로 보자면 그냥 무난했다. 류크의 애니메이션 처리도 내눈에는 나쁘지 않아보였고,

원작을 살짝 비튼 스토리 전개도 긴장감을 줬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나았다.

다만 원작에서도 느낀 것인데 L과 라이토를 시소위에 올려두었을 때

작가가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 L이 그닥 대단치는 못하다는 것은 아쉽다.

결국 L은 라이토 꿍꿍이대로 잘도 넘어가준 것 아닌가.

라이토는 자기 기억까지 말소하면서 고차원적인 공작을 벌이는데

L은 끽해야 몰래카메라  하루내도록 쳐다보고 있는 정도?

결국은 구경꾼, 제3자의 군시렁거림이지만

라이벌끼리 싸울때는 한쪽만 쉽사리 이기는 것보단

정말 승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비등할 때가 가장 재밌다.

농구대잔치도 고대가 가끔 연대를 이겨줬기에 더 즐거웠고

배구도 삼성화재가 현대한테 질 때 비로소 관중석이 메워지기 시작했고

씨름은 이태현이 백승민한테 넘어갈 때 에헤라디야 소리 더욱 맑게 울렸고

한일전 축구도 백중세로 가니까 예전에 그 실로 광적인 인기를 끈 것이었다.

그거 보려고 보충수업 빼먹고 집에 달려갔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단 말이다.

지상 최고의 라이벌!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말만 거창하게 해놓고 정작 게임은 일방적인 한쪽의 승리라면

이게 조금 허망하잖아.

즉, L은 적어도 라이토 늑골 두개는 부러뜨리거나

이빨을 삭 다 뽑아버렸다거나

아님 원형탈모증이라도 심어줘야 했다.

아무리 애초부터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해두 말이다.

데스노트2에서는 과감히 원작을 버려버리고

류크가 사과먹다 말고 갑자기 라이토를 죽도록 두들겨 팬후

사실 내가 L이었어 미안 엘롱

이런 식의 짜릿한 반전을 기대해본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