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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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이죠.
나와 '다른' 어떤 것을 만나면 일단은 조심하도록 길들어진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펄펄 끓는 냄비에 손을 대다가 빨갛게 달아오른 손가락을 보며 엉엉 울고
함부로 동네 진돗개에 도전하다 잘근 물려버린 팔뚝을 보며 징징 울며
겁도없이 골목대장 마빡이에 덤벼대다 쌍코피 터져 펑펑 울고
그렇게 커왔잖아요. 그렇게 몸으로 '다름'에 대한 부담감을 배우며 나이들어 왔잖아요.
나와는 다른 그 무언가가 지금의 나를 깨고 들어와
내 삶을 휙휙 휘저어 놓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괜한 일에 말려들기 싫어하는 내 살기에도 바쁜 현대인으로서의 버거움.
때문에 우리는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좋아하며,
나와 닮은 사람들, 나와 비슷한 것들에만 겨우 마음을 여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거 아세요?
인간이 가진 수많은 변수중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조정하기 어렵고, 그러면서도 가장 큰 힘을 가진 녀석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사랑이 힘 한 번 영차 써버리면
이러한 '다름'에 대한 어색함, 거리감, 불안함,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는 것을요.
여기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날부터 낯선 모습에 경계심이 가득찹니다.
하얀색 동그라미와 까만색 별표가 만났으니 교차점이 생기기도 힘들겠죠.
상대가 미워집니다. 화가나서 소리도 지르죠. 얼굴 보는 것조차 싫어합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사랑이 난데없이, 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끼어든거예요.
그렇게 되니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다름' 속에 나와 '같음'이 있음을 보게됩니다.
포장되고 꾸며진 보여주기위한 객관적 모습과는 다른,
나만이 알 수 있는 진정한 면면이 있다는 것도 깨달으며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는 단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내 속을 연 채로 활짝 열려있는 상대방의 마음 속에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예요.
이쯤되면 다르다는 것과 같다는 것은 동의어로 승화됩니다.
두 사람의 이루어지기 어려운 관계. 한 치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
글쎄요.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설혹 신경이 쓰이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정말 단순하고 무식하면서도 너무도 강력한 변수가
삶의 방정식에서 주요변수로 활약하기 시작했거든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랑이란 녀석은 자기 멋대로 끼어들어 남의 삶을 주물럭거리며
마치 자기가 지고지선인양, 인생의 모든 의미인양 뽐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허다하답니다.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실'이에요.
사랑의 힘이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흐르는 강을 거꾸로 돌릴 수 없고
시간을 되감을 수는 없으며 세상이 주는 모든 시련과 압박을 걷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죠.
결국 사랑은 진통제입니다. 치료제가 아닌거예요.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됩니다.
그녀의 사랑은 죽을 운명의 그를 살릴 수 없었거든요.
그의 사랑 또한 그 자신을 살려낼 수 없었거든요.
결국 남은 사람은 냄비에 손을 대고 강아지에 물리고 마빡이에게 맞은 동네꼬마처럼
다시 '다름'을 두려워하는 방어적인 인생으로 회귀하게 되겠죠.
언젠가 또 다른 사랑에 의해 자신의 방정식을 희롱당할 수 있겠지만
그때의 사랑은 지금의 사랑과는 또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둘이서 함께 했던 시간을,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모든 '다름'을 '같음'으로 이해했던 그 시간들을
이렇게 이름짓고 간직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고...
<별점: ★★★☆☆☆>
○와 ★가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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