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너는 내 운명

정통 멜로영화. 온갖 변칙기법이 난무하는 요즘의 멜로유행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강조하며 눈물 공세로 솔직하게 치고나오는

<너는 내운명>은 진부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반가운 영화다.  

변칙이 판을 칠수록 정통은 되레 먹히기 마련이니까.

보면서 반성이 좀 되는 것이, 역시 사랑이라면 저래야 하는거다.

요즘의 사랑이란 것은

너무 빨리 포기하고

너무 빨리 지치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외려 자기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당했다 느끼며

상처란 상처는 모두 과대해석하고

자신을 늘 피해자로 치부하며

결국엔 어떤 것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히여겼던 그 사랑을

제 손으로 골목길 데굴 굴러다니는 자갈마냥

평범한 무언가로 격하시켜버리곤 한다.

그렇기에 요즘의 사랑은

이제 변칙의 시대를 마치고 정통멜로를 다시 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온고이지신. 루비콘강은 건넜을지라도 뒤는 돌아볼 수 있는 것.

너는 내운명은 정통파멜로 답게 '죽을병'을 비롯한 각종 시련들을 그대로 답습,

결국 가족에 버림받고 사람에 배신당하고 여기저기 두드려맞아 만신창이로 부서져가는 사랑을 보여준다.

가혹한 운명은 '이래도 버틸테냐, 버틸래?'는 식의 독기서린 비웃음으로

그들을 질릴정도로 저주하고 사정없이 후려치지만

벚꽃이 휘날리던 밤의 맹세는 흠집하나 나지 않은채 끝끝내 사랑을 지켜준다. 아니, 버텨준다.

You're my sunshine. 당신은 나의 햇살. 이 노래가 이렇게 와 닿은 적이 없었다니까.

황정민에겐 진정 전도연이 햇살같은 존재였으니까.

전도연에게는 황정민처럼 빛이 되는 존재가 없었으니까.  

이 영화가 하나 더 마음에 드는 점은

반짝 사랑이 꽃필 때를 기념하며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과 끝을 길게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많은 멜로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이 사랑의 정점에서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고 있는데,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되긴 하나 사랑의 본질을 얘기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사랑은 그 '시작점' 혹은 '가장 뜨거웠던 순간'으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라

태동에서 말소까지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 말해지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너는 내운명은 초점을 잘 찍고 있는 셈이다.

정통멜로가 그립다면 주저할 것 없다. 다만 다소간의 심적인 피해는 감수해야할 것이니.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