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우리형

 (안 보셨으면 읽지 마세용)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감독이 신인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정답이었다.

 흐름을 잘 이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모든 감정이 몰려서 폭발하고 관객들의 눈물바다를 이끌어내는 구성일텐데

 감정과 감정 사이에 비약이 심했다.

 원빈이 갑자기 형한테 분노를 내뱉는 것도,

 어머니가 원빈에게 그 분노를 돌려주는 것도,

 원빈이 뛰쳐나가 도식이네를 뒤집어 놓는 것도,

 이어서 후회하며 사무소일 관두는 것도,

 다시 형과 만나 술 한잔 하며 화해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았으며 앞뒤 감정들과의 연결도 어색했다.

 관객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의 예상대로라면 영화 피날레쯤에는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영화관 곳곳에서 흘러나와야되는데 평일의 썰렁한 영화관을 고려하더라도 단 한명도 흐느끼지 않았다.

 (이거 일부러 유심히 들어보았다-_-)

 조금 식상한 맛은 있지만 충분히 슬프고도 남을 스토리가 이렇게 막을 내린 것

 이건 분명히 감독의 책임이라 단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어색한 편지 낭독은 진짜 괜한 서비스였다.

 신하균의 그 편지내용은 '얼마 후에 죽을 것을 예상하고 쓴 사람의 편지'에 다름 아녔기에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리고 곳곳에서 풍겨나오는 영화 '친구'의 냄새.

 안권태 감독은 곽경택 감독과 함께 일했던 조감독이었다는

 것을 집에 와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가. 유오성-장동건의 관계와 대응되는 원빈-신하균의 관계설정,

 그 사이에 끼어드는 친구의 김보경과 우리형의 이보영의 상당히 유사한 캐릭터성,

 진하게 터져나오는 부산 사투리와 욕설, 필요이상의 폭력장면들 등

 친구와 비슷한 구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뚝뚝 끊어지는듯한 부자연스러운 감정흐름으로 인해

 곽감독의 영화와 같은 몰입도를 가지지 못하였기에

 미안하지만 '아류'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신하균의 비중이 원빈에 비해 너무 작았다는 점과

 귀엽게 웃는 얼굴이 가장 어울리는 원빈이 인상쓰고 욕하고 주먹질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주관적인 취향차이에 비롯된 것이겠지만

 나로서는 무엇보다 어두운 가족사를 보는 것이 그리 달갑진 않았었다.

 가족얘기만큼은, 뭐라할까. 좀 밝은 내용으로 봤으면 좋겠다.

 이유를 대라면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