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9.03.09 18:53

[2004] 아는 여자

조회 수 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Extra Form
extra_vars1 |||||||||||||||||||||
extra_vars2 |||||||||||||||||||||||||||||||||||||||||||||||||||||||||||||||||||||||||||||||||

 볼 영화가 없다는 불평이 투덜투덜 입에서 새어나오던 참에

 '장진'감독의 새작품이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본능적으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게 되었고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이 대뜸 들었다.

 

 근데 내가 이 사람 작품을 원래 좋아했느냐 하면 꼭 그런 건 아니었다.

 기막힌 사내들이나 간첩 리철진 등은 그렇게 재밌게만 본 것은 아니었고

 전작 킬러들의 수다는 막판 체력부진으로 아쉬움이 더 많이 느껴졌었다.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일까.

 아마 그의 전작들을 통해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 만큼은 분명히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번에도 그랬다. 아는 여자를 보고 난 다음 내가 가장 강하게 가지게 된 생각은

 이 영화에 대한 감동이나 찬사보다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였다.

 장감독은 영화를 재밌게, 그리고 특별하게 만들어낼 줄 아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다. 호불호를 뚜렷하게 규정하지 않는 나에게서 그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분명 아니지만 가장 기대를 갖게하는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이번에 그가 들고나온 주제는 '사랑'이다.

 그냥 사랑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사랑이 무엇일까'하는

 의문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의 답안도 분명 제출하고 있다.

 

 자. 그가 말하는 '사랑'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기로 하자.

 뚜렷한 정답이 있는게 아닐테니까. 다만 그가 제시한 사랑이야기는

 한 단어로 표현해서

 

 좋다.

 

 일단 난 이 영화의 배경이 너무도 좋다.

 뭐라고 표현할까. 막 몸이 움츠려들면서 눈이 꽉 감겨지며 크흑 이거 진짜 좋다~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좁은 골목길. 약간 붉그스레한 가로등이 켜진 밤거리.

 그곳에서 같이 이야기하고 같이 걷고 같이 앉아있는 두 사람.

 방의 창문을 열고서 그 앞에 서있는 그녀와 얘기한다.

 생각만해도 멋지고 분위기 나지 않는가.

 이전의 몇몇 드라마에서도 느낀 건데 이런 동네가 너무너무 좋다.

 조금 후줄구레하고 살기엔 좀 불편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년에는 원룸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저런 집이나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인물들도 좋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성격은 거의 똑같다고 보면된다. 그러고보니 킬러들의 수다의 사형제도

 거의 동일한 캐릭터였었고 이들은 아는 여자의 두 주인공과도 많이 닮았다.

 그렇지만 이 똑같기만한 '장진'표 캐릭터는 대단한 매력이 있다.

 뭔가 나사가 많이 빠진 것 같으면서도 의미심장한 대사를 마구 토해내는

 사람들. 옆에 두고 있으면 가끔 답답할지 몰라도 늘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있긴 한걸까.

 

 이나영의 매력은 네멋대로 해라에 이어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비록 그 체형이 이상하다는 것이 이 영화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녀가 예쁘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테다.

 특유의 45도 아래를 응시하며 더듬거리며 말 꺼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남자역을 맡은 정재영도 역시 좋다. 요즘 들어 깔끔한 미소년 스타일보다

 이렇게 조금 아저씨티나는 남자들이 멋있게 느껴진다. 편안한 평범함이라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사랑이야기가 좋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해프닝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평범하다.

 그냥 주위에 흔하게 널린 이야기인듯 싶다.

 영화는 격렬하지도 뜨겁지도 않지만 그래서인지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화 끝날 때까지 키스씬 한 번 안 나오고 그렇다고 이들을 방해하는 악역도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부잣집 자제분들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래서 좋다.

 그냥 두 사람 뿐이라서 좋다.

 멋진 말과 눈물과 격한 감동으로 승부하지 않아서 반갑다.

 사랑이야기는 정말 이래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 그러니 즐겁기까지 하다.

 

 

 아까 말한 좁은 골목길을 내달아

 밤하늘을 호흡하며 달려온 남자는

 자기 집 담벼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헉헉 대는 숨소리를 진정시키며 그녀 앞에 서선

 자신만의 사랑을 드디어 펼치기 시작한다.

 

 '저기요. 근데 이름이 뭐예요?'

 

 참 빨리도 물어보는 이름이다.

 그리고는 그녀의 집으로 바래다주기 위해

 같이 발 맞추어 삼십아홉발자국을 걸어간다.

 

 어떤가. 몸서리쳐질만큼 멋지지 않은가.

 (아니라면 할 말 없고)

 

 주위에 이 영화를 본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본 사람 치고 별로였다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강추다.

 게다가 더욱 더 즐거운 것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장진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바가지로 퍼주는 사람이라는게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에 나올 그의 다음 작품은

 내 인생 처음으로 개봉하는 첫날 보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별점: ★★★★★☆>

거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이나영의 힘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2 [2004] 누구나 비밀은 있다 문★성 2009.03.09 48
» [2004] 아는 여자 문★성 2009.03.09 28
290 [2004] 스파이더맨2 문★성 2009.03.09 44
289 [2004] 슈렉2 문★성 2009.03.09 36
288 [2004] 효자동 이발사 문★성 2009.03.09 44
287 [2004] 범죄의 재구성 문★성 2009.03.09 58
286 [2004] 첫키스만 50번째 문★성 2009.03.09 30
285 [2004]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문★성 2009.03.09 31
284 [2004] 어린 신부 문★성 2009.03.09 39
283 [2004] 트로이 문★성 2009.03.09 48
282 [2004] YMCA 야구단 문★성 2009.03.09 40
281 [2004] 저지걸 문★성 2009.03.09 29
280 [2004] 올드보이 문★성 2009.03.09 32
279 [2004] 황산벌 문★성 2009.03.09 31
278 [2004] 내 사랑 싸가지 문★성 2009.03.09 37
277 [2004] 라스트 사무라이 문★성 2009.03.09 31
276 [2004] 태극기 휘날리며 문★성 2009.03.09 34
275 [2004] 반지의 제왕3 - 왕의 귀환 335 문★성 2009.03.09 622
274 [2003] 킬빌 문★성 2009.03.09 60
273 [2003] 패밀리맨 문★성 2009.03.09 3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