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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8:49

[2004] 범죄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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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 본 분 읽지 마세요) 

 스포일러라는 말을 들어보셨는가?

 네타바레, 혹은 네타라는 말은 아시는가?

 영화나 만화나 드라마 등의 스토리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리 공개해버려 앞으로의 감상을 망쳐놓는 행위를 말한다.

 

 이게 나쁜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이들이 공개하는 내용이 그 대상이 내세우는 핵심적 '반전'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 감상에 치명적인 손상이 있는 내용들을 마구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우린 식스센스가 한참 인기가 있을 때

 포스터의 브루스 윌리스 얼굴에 싸인펜으로 동그라미 친 후 '얘 귀신임' 이라고 써놓은

 한 어린 영혼의 만행을 통해서도,

 

 유주얼 서스펙트가 상영되는 극장 앞에서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를 외치며 저 멀리 지하철역으로 쏜살같이 내빼는 젊은 청년의

 뜨거운 내달음질을 통해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이번에 이 스포일러의 희생자가 되고 만 것이었다.

 

 어느날, 자주 가는 영화 게시판에 범죄의 재구성에 대한 소감문이 올라왔다.

 제목은 '[시사후기] 범죄의 재구성'

 알다시피 시사회 감상문은 영화에 대한 글 중 가장 먼저 올라오기 때문에

 관심이 아니갈 수 없다. 난 자연스럽게 이를 클릭해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이런 말이 적혀있었으니.

 

 '주인공 동생이 주인공이 변장한 것인 걸 알았을 땐 정말 놀랬다니까요 ㅋㅋㅋ'

 

 

 당했다. 당했어.

 마지막의 ㅋㅋㅋ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내 심장을 긁어댔다.

 

 잊으려 노력했다.

 '그래 아무 일도 없었던거야'

 

 그러나 실패했다.

 올드보이를 보기 전 어느 글에서 우연히 본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산다'라는 말은

 의식적으로 머릿 속에서 깨끗하게 지우는데 성공하여 백지같이 깨끗한 심정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으나 범죄의 재구성에 대한 저 말만은 며칠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난 영화를 보지 않기로 결심하고야 말았다.

 영화를 온전히 보지 못한다면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러나 개봉 몇달 후 어찌된 일인지 난 명동 CGV에 버젓히 앉아 저 영화의 오프닝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상일 어떻게 돌아갈지 누가 알쏘냐.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예의 그 '주인공 동생'이 등장했다.

 보자마자 '주인공이 변장한거다' 는 생각이 머리를 꽝꽝 때렸다. 젠장-_-;

 이로써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는데는 실패.

 나중에 반전이 드러났을 때 놀라지 않는 내 자신을 보니 그 'ㅋㅋㅋ' 하던 녀석의

 목을 잡고 '락 바텀'을 먹인 후 '월 오브 제리코' 를 시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리.

 

이글 보는 여러분들 스포일러 조심합시다.

조심할 뿐만 아니라 제발, 함부로 뿌리지 맙시다.

며칠 전에도 수업시간 뒷자리 앉은 여학생들이

'여친소에서 장혁이 끝에 어떻게 되더라~'

하며 얼마나 크게 떠들어대던지.

밉다 미워.

 

자아. 이제는 영화 내부로 들어가보자.

사기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기 내용이 기발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니 오히려 맘에 들었고

약간 어두운 톤의 분위기도 매우 맘에 들었다.

 

 지구를 지켜라 이후 한국 중년 연기자 써먹기 붐을 일으킨 백윤식 아저씨의 연기는 이번에도

 진짜 멋졌다. 특히 그 착 깔리는 목소리란. 앞으로 이 아저씨 나오는 영화는

 빼먹지 않을 것 같다. 설경구를 누르고 문성선호남배우 1위로 모셔야겠다.

 

 그러나 나머지 배우는 별로.

 박신양은 오버연기가 티가 너무 났으며

 염정아는 매력을 잘 살리지 못했고 이문식은 반복된 똑같은 성격의 인물로 식상함을 자아냈다.

 형사역의 천호진은 잘 살렸으면 좋았을텐데 역이 조금 약했다.

 

 

 그래. 좀 약했다.

 배우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렇다는 소리다.

 뭔가 잘 살릴 것 같으면서도 구석구석 미진한 부분이 많다.

 반전이 있다고 하나 그게 미리 짐작이 되고도 남을 정도로 잘 덮여있지 않으며

 백윤식 역을 제외하고는 강하게 인상주는 인물도 없다.

 핵심이 되는 사기극은 제법 재치있게 시작하려다 일반 범죄영화 수준으로

 떨어져서 평범함에 머물러버리는데다가 유머나 재치, 스릴은 조금 살아나려다가

 피식 식어버린다.

 

 특히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구성은 이 영화의 최대단점.  

 예를 들어 백윤식이 비리형사에게 막말을 하는 장면은

 나중에 이 사람에게 뭔가 당하고 말거라는 예상을 너무 쉽게 하게 만든다.

 그 뿐인가. 박신양이 자동차에서 탈출했을 것이라는 생각

 임하룡이 오히려 당할 것이라는 생각, 사기가 중간에 발각될 것 같다는 생각 등이

 하나하나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반전이라면 아까 말한 그거 하나인데 다른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그나마 그것도 충분히

 짐작된다고 하니 약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살인의 추억을 생각해보라. 텔미썸싱을 생각해보라.

 당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진게 몇 번이나 있었던가?

 

 예상이 가능한 영화.

 그래서 이 영화는 재밌긴 하되

 머리를 멍하게 하거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방심의 허를 찌르는 것. 요즘 시대에 잊어서는 안 될 핵심 코드이다.

 

<별점: ★★★☆☆☆>

 

조합은 진짜 좋다. 러쉬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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