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첫키스만 50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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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단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어렵게 주위를 둘러보지 않더라도 TV 전원만 살짝이 눌러보면
이들을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로 탄탄히 무장한 밤 10시의 삼류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를 말하는 것이다.
거기엔
보통사람 엄두도 못낼 것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져 나온다.
신체적이든 육체적이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정상적이지 않고
문제시 될 여지가 충분히 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사람들.
배우자나 연인같은 이성적인 사랑뿐만이 아니라 자식이나 부모, 형제에 이르기까지
남들의 시선, 스스로 느끼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놀라운 사랑을 보여주는 그 사람들의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아름다워보이고 그 어떤 위인들보다 위대해보인다.
그러나
그들 앞에 자연스레 숙연해지는 마음은
내가 저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저들처럼 사랑할 수 있겠냐하는
질문이 서서히 머리를 쳐들고 부상해올 때면 어느새 작게 움츠려들게 된다.
그럴때면 난 언제나 애써 대답을 회피한채
머리를 흔들어 그런 생각의 조각들을 떨어내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말한다.
'기우(紀憂)',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하다고.
당신이라면 어떤 대답을 내어놓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가 나서 불구가 되었다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거나
죽을병에 걸렸다면 그래도 똑같이 사랑할 자신이 있는가?
어쩌면 당신 역시 명확한 대답을 내기 주저한 채
기우라고, 설마 내게 그런 일이 벌어지겠냐며 웃어넘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린 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이란 정의역이 가리키는 공역에
우리 역시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첫키스만 50번째.
그냥 재밌고 웃기는 사랑이야기로 웃어넘기면 그뿐이겠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라는 질문은
옅으나마 분명히 드리워져있다.
하루의 기억을 다음날이면 말끔하게 잃어버리는 여자
방금전까지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던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를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은 그 사랑을 해나간다.
그 과정은 일면 코믹하고 비현실적으로 묘사되기도 했지만
충분히 감동적이고 유쾌하며 또한 재미있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자가 사랑의 힘으로 병이 치유된다거나 하는 유치찬란한
결말을 맺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살아가는
잔잔한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자아.
그렇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대답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에게 묻는다.
'니들이라면 어떡할래?'
나부터 대답해보겠다.
아마 나라면, 여자주인공처럼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내가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를 사랑하진 못할 것이다.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병세가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거란 현실적인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우스워라.
어떤 선을 그어놓고
이 이상이면 사랑하고 이 이하면 사랑하지 않겠다는 공식이
나도 모르게 내 맘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소리 아닌가.
그래 아마 맞을 것이다.
물귀신되기는 싫지만 아마 이글보는 당신도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될 법한 사람이 아니라면 나와 비슷하리라 믿는다.
비단 신체적, 정신적 장애뿐이겠는가.
신체건강하고 정신멀쩡한 사람들에게
외모, 돈, 가정환경, 자동차 등과 같은 '인공적 장애'를 맘대로 만들어내어서
덮어씌운 후 당신은 '장애가 심해서 안 돼' 라고 일갈해버리며
그들의 마음 속에 칼 한 뼘씩을 푹푹 찔러넣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고 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아니던가.
그렇다면,
우리가 마땅히 나아가야할 바는
우리의 눈과 마음을 옥죄는 그 '장애수용기준장치'를
최대한 개방하는 쪽으로 레버를 움직이거나
아예 과감히 뜯어내 집어던져버리고는
순수히 마음 하나만으로 사랑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하면서 어려운 일이다.
그 누구보다도 매일 아침 비디오로 연인을 납득시켜야하는
남자주인공의 피곤한 인생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상관이 없다면
더 심한 곤욕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당신은 내가 이 글 처음에서 언급한
'정말 대단한 사랑'을 하는 사람일 것이라 확신하며.
부럽고 경외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보낸다.
<별점: ★★★★☆☆>
미녀삼총사에서 정이 뚝 떨어졌던 드류가 다시 맘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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