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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8:41

[2004] 트로이

조회 수 4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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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로이의 원작인 호메로스의 일리야드는 내가 어릴 적 삼국지와 더불어 가장 즐겨읽은 책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이런 부류의 전쟁물을 볼 때 중요시여기는 기준은 딱 두가지다.

 

 - 선과악이 분명하지 않을 것

 - 가능하면 많은 개성있는 인물들이 등장할 것.

 

 이게 왜 중요하냐하면 얘네들은 독자로 하여금 자유롭게 사고할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마징가 제트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시청자는 마징가제트와 쇠돌이를

 좋아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 편에 다른 영웅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헬박사와 아수라남작을

 응원하기엔 걔들은 너무 악인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백만명이 마징가제트를 본다면 백만명이 다

 '마징가제트 화이팅!' 이라는 똑같은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따분하고 시시한 편가름인가.

 

 그러나 삼국지는 다르다.

 내 경우만 하더라도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유비는 미친듯이 싫었다. 유비못지 않게 영웅으로 그려지는

 제갈량과 관우는 더 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재수없었다-_-

 그렇다고 내가 조조를 좋아했는가.

 그렇다-_- 그러나 단순히 유비-조조만 나오는게 아니라 수많은 조연들이 대거출연한

 이 작품에서 나의 선호폭은 넒디 넒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수는 하후돈이었다. 눈 뽑아 꿀꺽하는 것에 반해버렸다.

 때문에 책을 읽을 때도 하후돈이나 조조 쪽에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

 이로써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만의 삼국지가 내 머리 안에서 새롭게 창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관우와 하후돈이 싸울 땐 확 하후돈이 확 이겼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를 지켜봤고

 하후돈이 병사하는 걸 보고는 맥이 탁 풀려버리기까지 했다.

 

 나만 이런게 아니었다. 당시 나와 늘 삼국지에 대해 토론하고 얘기하고

 pc게임이나 보드게임을 했던 친구들 중에서는 상당히 마이너한 쪽에 속하는

 서황이나 태사자 같은 이들을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다.

 즉 무조건 '유비 화이팅! 조조 죽일놈!' 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런 매력 때문에 삼국지는 나로 하여금 한 권 굵기가 7,8cm에 달하는 세로쓰기로 된 전집을

 열번씩 읽게 만들다가 결국 그 책들의 표지를 너덜너덜하게 뜯어버리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일리야드 역시 그렇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트로이냐 그리스냐를 놓고 심히 갈등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헥토르냐 아킬레스냐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를 그렇게 설계해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팀에서 출몰하는 수많은 영웅들과 찬조출연하는

 신들 한 트럭분. 그 넓고도 깊은 이야기는 그렇게도 옛날에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를 끌어당길만한 충분한 위력이 있다.

 

 그렇다면 영화 '트로이'는 어떤가.

 상영시간과 표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영화의 본질을 고려해준다면,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괜찮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렇게 강조한 두 가지 요소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가 주인공이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그가 악한 쪽에 속했다.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브레드 핏이 좋으냐 에릭 바나가 맘에 들었냐고

 물으면 분명 의견이 분분하게 갈려진다. (에릭 바나 쪽이 좀 많겠지만)

 거기다가 파리스와 아가멤논을 비롯한 괜찮은 조연들이 뒤를 잘 받쳐주었기에

 헥토르가 빨리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기울어지지 않은 것이다.

 

 일리야스에서 핵심이 되는 '신 이야기'를 몽땅 뽑아낸 것은

 오히려 잘 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넣었으면 매우 유치하게 묘사되었으리라.

 

 기본이 되는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고, 또 영화 스토리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영화는 재밌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독아저씨.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다. 연출에 있어서

 뭐 하나 특별함을 발견할 수가 없다. 흥행의 공식에서 벗어날 모험을

 해보지도 않았고 새로운 시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쟁장면 연출이나 캐릭터 성격 설정하는 것도 무난할 뿐이다.

 전반적인 할리우드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여성관객을 의식해서인지 억지스레 집어넣은 사랑이야기가 이를 잘 반영해준다.

 원작에서는 전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마지막에 아킬레스가 브레시아스~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다는 모습이란. 쯧.

 

 만약 실력있는 거장들이 메가폰을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스토리가 아깝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걸로 향후 몇 십년 동안 일리야스를 영화로 볼 수는 없겠지.

 오딧세이야는 영화로 하기엔 좀 유치할 것 같으니 되었고.

 뭐. 이걸로 괜찮다. 아쉬운 감도 있지만 재밌게 보았으니 말이다.  

  

<별점: ★★★★☆☆>

말로만 듣던 트로이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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