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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8:21

[2004]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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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어두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면

 햇살이 쨍쨍 비취는 캠퍼스를 팔짱 끼고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보다는

 칠흑같은 다락방 구석에서 증오로 얼굴을 찡그린 채 복수의 칼날을 드르륵 갈아대는

 이야기에 더 흥미가 느껴진다. 여기다 갖다 붙일 말은 아니지만 더 얘기를 해보자면

 난 낮보단 밤이 좋고 해보단 달이 사랑스럽고 비둘기보단 올빼미가 맘에 들며

 아침 TV 프로그램보단 오밤중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낮에 잠자기보단 밤에 잠자기가 즐겁고

 낮에 깨어있기보단 밤에 깨어있는 것이 만족스럽다.

 

 그런 면에서 올드보이는 애초부터 '내 취향'의 영화인 셈이다.

 감금, 복수, 원한, 살인, 자살, 근친상간, 고문 등 매우 어둠직 스러운 단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면서 극적인 반전도 있고, 싸늘한 유머도 있으며,

 무엇보다 감동적이니만큼 대단한 연기력도 감추어져 있다.

 이쯤 되면 제대로 된 어두운 이야기일 수밖에.

 

 게다가 그 감독이 박찬욱이다.

 짜다고 욕 수없이 먹은 이 영화감상문란에서 1등급을 줄 수 밖에 없었던

 명작 JSA의 감독님.

 그 얘길 잠깐 해보자면 그 영화는 감독 스스로도 '상업성'을 더 추구하였고,

 때문에 자기 뜻을 맘껏 펼칠 수 없었다는 작품이지만,

 감독의 '실력'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감동먹은 것은 이야기의 구성과 배열이었는데, 영화 끝난 다음에

 나라면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짤 수 있겠냐고 자문했던 기억이 난다.

 '저 정도 영화면 나도 만들겠다'라는 오만불손한 발언을 심심찮게

 해대는 무식한 나이지만 JSA만큼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볼가. 안 돼. 그 때부터 난 박감독의 팬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 사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정말 천재적으로 잘할뿐더러

 화면 잡는 것도 일품이다. 올드보이의 17 1 격투씬을 롱테이크로 한큐에

 처리한 것을 보라. 이거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는 명작이다.

 

 다행히도 이 실력 있는 감독은 내가 선호하는 '음지'쪽 사람이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부터 올드보이로 이어지는 처참한 복수 씨리즈나

 가끔 보여지는 공포물, 다큐물에서도 보여지듯 그는 어둡고 무겁다.

 그것도 아주 화끈하게 말이다.

 

 이러한 연고로 올드보이는 내겐 아주 값진 영화다.

 거기다가 결정적으로 연기력, 스토리, 영상, 반전, 배경음악에 이르기까지

 부족한 면이 하나도 없다. 영화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최민식의 '누구냐 넌'은 한 일주일 동안 귓가에 계속 맴돌았고

 유지태의 빙긋 웃는 얼굴과 마지막 최민식의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찡그림은 아직도 눈 앞에 어른거린다.

 

 뭐랄까. 나로선 흠집 하나 발견할 수 없으니

 JSA에 이어 또 한 번 고개 숙여야겠다. 절대불가. 안 돼. 할 말이 없어.

 그리고 DVD를 구해서든 DVD 방에 가서든

 얼마 후에 또 볼거다. 그리고 마음껏 그 어둠 속에서 침잠해야지.

 

 

<별점: ★★★★★★>

 

여기서 명대사가 하나 나온다. "아직 씹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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