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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도쿄 앞바다에 빠져서 헤엄치다 왔는지 왜색냄새를 물씬 풍기며 돌아오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아니라 일본도가 들려져 있다.
- 까만 단발머리의 우마 셔먼,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영삼이 노란 츄리닝을 빌려 입고는 트위스트가 아닌 칼춤에 도전하다.
- 배틀로얄에서 낫과 권총을 휘두르던 치아키, 그 성격 아직 못 버린 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무기는 철퇴로 바꾼 모양이다.
상당히 농도 진한 왜색과 사정없이 잘려서 피를 뿜어대는 몸뚱어리 등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른 영화에서 중요시되는 튼튼한 구조, 스토리의 개연성 및 감동적인 요소 등을 쓱썩쓱썩 잘라내고 그 자리에 액션, 잔인함을 꾹꾹 끼워넣은 타란티노의 연출이 맘에 든다면야 거부감 따위는 주인 없는 모가지나 진배없다.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액션. 딴 건 신경쓰지 마시라. 굳이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다면 몽땅 2편으로 미루기로 하자. 아직 스토리는 완결된게 아니니까 말이다. (완결은커녕 시작도 안 한 것 같다-_-) 어찌됐건 좋아. 킬빌의 액션, 보통이 아니다. 한 두시간 푸욱 삶아버린 무를 잘라내듯 사람 몸뚱어리를 댕컹댕컹 잘도 잘라내며 피는 뿜어지고, 토해지고, 머금어지고, 고여지고, 흐르고, 배어 나오는 등 각종 다양한 형태로 화면을 붉게 물들여준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보고 별 충격이 와 닿지 않으니 이거 어쩌나. 이미 내 머리 속의 면역체계는 굴러다니는 사람 목을 보고도 '허허 거 참 똑같이 잘 만들었네'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조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문제 있는게 맞다니까. 문성. (참고로 나의 성향을 말씀 드리자면 - 무서운 걸 보면은 미동도 하지 않지만 징그러운 걸 보면 뒤로 나자빠짐 - 이다. -_-)
하여간 이러한 개인적인 정신문제를 배제하더라도 킬빌의 액션은 아쉬운 감이 있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리게 하고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할 무언가를 바랬었고 또 충분히 이를 충족시켜줄 분위기였는데 향내만 잔뜩 풍기다가 정작 먹어보면 별로인 진수성찬같이 미지근한 느낌만을 혀 위에 맴돌게 하곤 사라져버린 것이다. 철퇴를 들고 미려하고 유연한 동작을 보여주는 교복소녀 고고(멋져!^-^) 와의 대결은 가슴이 막 두근거리려는 찰나에 어이없이 시시하게 끝나 버렸고(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그녀에게 지길 바랬다-_-;;) 백 명과의 혈투는 흑백처리를 해버린 탓인지 살을 스치는 듯한 리얼함은 느껴지지 않았으며 마지막 오렌과의 전투는 기대에 비해 허무하게 승부가 갈려 버렸다. 감독이 옛날 스타일로 액션을 처리했다고 하는데 그것 때문일까.
난 이점을 킬빌에서 가장 왜색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꼽고 싶다. 물론 일본이 주 배경인데다가 일본도 일본어 일본인이 화면을 빡빡하게 매워 주니 왜색이 안 풍길래야 안 풍길 수 없겠지만 오렌과의 대결이야 말로 일본의 소설, 영화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본식'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킬빌이란 영화는 쿠엔티노가 자신이 생각해낸 이야깃거리를 일본 어디 온천에다가 한참 동안 푹 담갔다가 꺼내온 것이 아니냐하는 의혹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럼 일본식이란 무엇이고 일본식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삼국지를 생각해보라. 수호지나 각종 무협지도 좋다. 중국 애들 뻥치는 것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어쨌거나 얘네들은 한 번 붙으면 보통 4,50합씩 무기를 부딪치고 권각을 주고 받는다. 조금 오버하면 반나절씩 싸웠다고 하기도 하고 삼박사일을 잠도 안 자며 싸웠다고 말도 안 되는 구라를 태연하게 하기도 한다. 미국식은 어떤가? 굳이 황야의 무법자 같은 고전영화를 끄집어 낼 것 도 없이 매트릭스만 보더라도 별 이름도 가지지 못한 쫄따구들도 주인공 앞에서 기본 5분은 사뿐하게 버텨주고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도 발로그와 철야해가며 싸우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일본식 대결은 조금 다르다.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사무라이들의 대결은 대부분 한 칼, 많아 봤자 세 칼에는 깔끔하게 승부가 나는게 보통이다. 사무라이 소설로 가장 잘 알려진 미야모두 무사시에서 주인공 무사시는 10권이 장편 스토리의 말미에 드디어 만난 시대의 라이벌 사사키와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딱 5초 만에 사사키를 때려눕혀버린다. 나의 얄팍한 영화적, 문화적 소양으로는 확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일본식 대결이란 이런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리고 킬빌은 이러한 분위기에 철저하게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말이 이리저리 샜다. 결론짓자. 기대한 것만큼의 액션은 아니었다. 그래서 남은 것은 충족되지 않은 과도한 바람이 남긴 떨떠름함뿐. 화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뭔가 미묘한 조합감을 보여주는 배경음악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 설정과 분위기는 좋았다. 만족스러웠다.
억지로 평점도 매기고 감상문도 끄적거려 보았지만 이 글은 킬빌 vol. 1의 감상문인 동시에 킬빌 감상문 vol. 1에 불과하다. 시리즈물은 역시 끝을 봐야 되는 것. 곧 나올 뒷이야기를 기다려보기로 하자.
배경 좋고 음악 좋고 캐릭터 좋고~ ...그러나-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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