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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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르를 뭐라고 해야할까. 뮤지컬영화? 의미에는 가장 부합하는 듯하나 어감이 예쁘지는 않다. 어찌되었던간에 무식이 죄라고 시카고를 뮤지컬 영화라고 부르기로 하자. 좋아.
그러나 시카고를 그렇게 지칭하기 시작한 이상 대여섯발자국 뒤에 어스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물랑루즈다. 비슷한 형식의 두 영화는 어찌보면 비교될 수밖에 없는 라이벌이다.
제 1라운드.
똑같이 뮤지컬의 모습을 띄고는 있지만 두 영화의 구조는 확연히 구별된다. 우선 시카고는 기존의 뮤지컬에다가 살을 붙인 형식이다. 공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 속에서만 표현될 수 있는 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간적, 공간적 자유를 부여해주었다. 거기다가 보너스로 실제 무대에서는 보여질 수 없는 부분을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현해 주기도 했다. 결국 기존 뮤지컬을 영화라는 왁스칠을 통해 멋지게 다듬어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카고는 뮤지컬에 매우 근접해있다.
이에 비해 물랑루즈는 뮤지컬에 가까이 간 것이 아니라 영화 속으로 뮤지컬을 빨아 들였다. 시카고는 뮤지컬이 보여지는 무대를 그대로 촬영하였지만 물랑루즈는 영화 전체를 무대로 삼고 있다. 배우들이 딛는 장소 하나하나가 모두 무대가 되는 것이다. 처음과 마지막 물랑루즈 공연장면에서는 관객의 시선을 받는 무대라는 개념이 따로 분리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배우들이 그 속에 묻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구축함으로써 결국 관람석 역시 무대의 일부분임을 일깨워준다. 덕분에 물랑루즈는 시카고보다 자유롭고 새롭다.
제2라운드.
시카고는 살인죄를 저지른 두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돈과 사랑, 죽음의 갈릴김에서 괴로워하는 연인들의 진부한 사랑이야기에 얽매인 물랑루즈보다 신선한 편이다. 일반 영화에서라면 곱게 봐주지 못할 오버스러움과 뻔뻔함이 넘치긴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용납되어질 수 있다.
Cell Block Tango. 엄청나게 강렬하다 |
제3라운드
두 영화 모두 환상적인 음악과 쇼를 보여준다. 둘 다 꽤나 다양한 장르의 많은 노래를 삽입하고 있는데 버릴 것이 거의 없을 만큼 모두 좋다. 굳이 몇 개를 들자면 물랑루즈는 Your Song, Come What May와 Lady Marmalade, Spectacular Spectaculr가, 시카고는 Cell Block Tango, Nowadays, We Both Reached For The Gun등이 생각난다. 정말 멋진 곡들이다.
조금 차이점을 들자면 우선 물랑루즈는 시카고가 가지지 못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다. 초반 캉캉쇼와 후반부 공연장면은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대단하다. 그에 비해 시카고는 특유의 찐득찐득한 분위기가 있다. 퇴폐적이라고나 할까. 담배연기 가득한 바에 들어선 느낌이다. 결국 콘서트장과 재즈바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제4라운드
캐서린제타존스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여배우였다. 마스크 오브 조로, 더 헌팅, 엔트랩먼트의 세 영화를 통해 다시는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으리라고 감상문을 쓰는 펜대를 부러뜨리며 다짐까지 했었다. 그러나 시카고에서의 그녀는 달랐다. 여전히 특유의 거만스런 얼굴은 부담스러웠으나 한껏 불어진 몸으로 열정적인 율동을 해대는 모습은 몸매 하나로 밀어부치는 느끼하고 연기못하는 배우라는 나의 인식을 충분히 바꿔줄만 했다. 앞으로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으리라.
뭔가 앙상해진 르네 젤위거, 브리짓 존스와 비교해보면 동일인물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영화내에서는 귀엽다고 난리가 나지만 별로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것보다도 그녀가 입술을 뒤집어가며 느끼한 재즈곡을 부르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연기파 배우인 걸 지금까지 몰랐었다. 앞으로는 그녀의 팬이 되리라.
리차드기어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노래부를 때의 얄팍한 목소리는 처음에 이상했지만 끈적한 매력이 느껴졌다. Razzle Dazzle은 정말 잘 불렀다. 집구석에서 OST를 들으며 그 목소리를 따라해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리라.
Razzle Dazzle. 자꾸 빨려들 듯한 음율의 곡이다 |
물랑루즈의 출연진 역시 만만치 않다.
니콜키드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다. 도대체 못하는 연기가 없는데다가 목소리까지 멋지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여주는 그녀, 키만 좀 작았다면 좀 더 많은 영화에 캐스팅 될 수 있었을 것인데 아쉬운 노릇이다. 무려 180cm다. 이완 맥그리거보다 더 크다.
이완 맥그리거의 목소리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국에 이만큼 맑은 목소리를 내는 가수가 있다면 기꺼이 팬이 되리라. 청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고 깨끗한 목소리였다.
물랑루즈에서 짐 브로드밴트를 빼놓아서는 안 된다. 직접 부르는 Like A Virgin과 The Show Must Go On은 물론이고 초반 분위기를 잡아놓는 쇼의 핵심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판정.
선점자의 프리미엄이 크게 좌우해서인지 심판의 손은 간발의 차이로 물랑루즈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시카고 역시 대단한 영화다. 두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던 청각적, 시각적 충격은 가히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멋진 것이었다. 박수를 보낸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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