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영웅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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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밤거리,
길게 드리운 바바리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가로등 조명 저편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한 명의 사나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회색의 어스름한 빛을 등에 지고
하나의 그림자로 다가오던 그는 어느새 코트의 양 주머니에서
조용히 두 자루의 권총을 꺼내 들고 밤의 도화지 위에
빨간 점 두 개를 그리기 시작한다.
콘크리트 물결 위에 등대처럼 선
그의 몸에서 쉴 새 없이 뿜어 나오던 불꽃과
일정한 리듬을 타고 울리던 터질듯한 굉음은
금새 자욱한 화약연기를 남기고 이어서 결말을 암시하는
침묵을 주위에 가득 펼치운다.
그리고는 클로즈업되는 사나이의 얼굴.
주먹만한 렌즈의 선글라스를 왼손으로 벗은 다음 주름살이
익숙한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그의 입에 물린 성냥개피가
가로등의 불그스름한 빛을 받아서인지 가볍게 흔들린다.
바로 이 아저씨!!
그렇다. 주윤발이다.
1980년대 중후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웅본색 시리즈.
나 역시 그 시절 비디오를 통해 시리즈 전편을 보긴 했으나
당시 이 영화가 사회에 끼친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시절에 나온 하이틴 소설을 지금 읽어보면 주윤발과 장국영의 인기는
지금의 세븐, 비 이상인 것 같고 집집마다 이 아저씨들 포스터가
벽을 채웠고 이 아저씨들 때문에 아이들이 장난감 권총을 사달라고
생떼부리기 시작했으며 장년층에는 바바리코트와 선글라스가
유행했고 애나 어른이나 성냥 하나씩 물고 질끈질끈 씹고 다녔다는 것
같은데 글쎄... 나로선 기억나는 바가 별로 없다.
당시 난 극장에서 우뢰매3를 보았으며 내 수준은 더도 말고 딱 그 정도였다.
남자의 로망이니 향취니 내 알 바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의 내게 이 영화는 가슴을 쿵쾅 울릴듯한
명작으로 다가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느와르물일 뿐이다.
우정과 의리, 형제애, 배신, 화해 등 사람과의 관계가 중심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영웅본색을
람보스러운 단순한 총질영화로 보기는 어렵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총격씬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 서부극에다가 중국 무협물을 가미한 듯한 형식인데 총 쏘는
행위가 마치 무공을 시전하는듯이 폼나게 연출되며 총 한 방 맞으면 사람들이 몇 미터를 붕 떠서
뒤로 날라가서 벽에 처박혀 버린다. 말이 되니 안 되니를 떠나 상당히 통쾌한 장면이다.
게다가 스타일이 살아있지 않은가. 윤발이 아저씨는 이 쑤실 게 없어 성냥개피를
쓰는게 아니라고.
그러나 지금 와선 굳이 추천하거나 좋은 평가를 내릴만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물과의 관계나 스토리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고 살가운 감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지난 시절의 명작이라고 생각하면 될듯하다. 아직도 이 영화를 인생 최고의
역작으로 뽑는 386 분들이 많으시던데 물론 그 분들이 1980년 후반에 느꼈을 감동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그 시절 그 나이였다면 성냥을 입에 물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 같으니까.
<별점: ★★★☆☆☆>
쌍권총이 불을 뿜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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