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싱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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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내가 나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서서히가 아니었다. 언제인지 뚜렷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어리지 않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 스물 다섯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었으리라. 더 이상 20대 초반이라 불리울 수 없다는 현실은 제법 큰 무게로 다가왔다. 아마 20대 후반, 30대... 이렇게 넘어가면 그 중압감은 한층 더 심화되겠지.
아무튼, 그 길목에서부터 난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 거겠지만. ‘결혼’, ‘내 집장만-_-’, ‘평생직장’, ‘연봉’과 같이 그 전에는 어른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주제들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주인공과 나의 나이차를 계산해보고는
절망감을 느끼거나(내가 더 많을 때 - '에잇 벌써 내 나이가...'),
조급함을 느끼거나(그쪽이 쪼금 더 많을 때 - '에잇 나도 조금만 있으면 저 나이가...')
불안함을 느끼곤 했다. (그쪽이 더 많으면서 늙어보일 때 - '에잇 나도 곧 저렇게 되겠지...')
예전에는 잘생겼니 못생겼니 이쁘니 안 이쁘니가 판단기준의 전부였는데 말이다.
영화 ‘싱글즈’ 이것을 내가 ‘나이’를 느끼지 못할 때 보았다면 정말 그저 그런 코메디구나 하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이 영화는 단지 웃음뿐만이 아니라 폐부를 쑤셔대는 공감까지 전해주었다.
스물아홉의 주인공들. 사랑 때문에, 직장 때문에, 돈 때문에, 결혼 때문에 엄청나게 골치 아픈 인생들이다. 직장일은 제대로 풀리지가 않지, 돈을 벌어야 되니 확 관 둬버릴 수도 없지, 나이는 들어가는데 짝은 안 찾아지지, 옛날의 꿈 같은 건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빡빡할 뿐이지... 4년 뒤의 내 생활, 딱 저렇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 가슴 속에 뭔가가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아.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여.
그래도 웃을 수 있는건 아직 젊기 때문이야 |
그러나 한없이 무거운 영화만은 아니다. 싱글즈의 근본적인 취지는 ‘유쾌한 싱글’이 아니었던가. 늘어가는 나이와 빠져가는 머리털을 극복하고 일과 사랑에 있어서 모두 성공을 꿈꾸는 힘찬 싱글말이다. 장진영은 그런 면에서 정말 멋진 싱글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 ‘멋진’이란 것이 화려한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기품있는 사랑을 즐긴다는 것은 아니다. 일과 사랑 둘 다 뜻대로 안 풀려가나 ‘뭐 어때’를 외치며 서른을 넉넉히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이 진정한 ‘멋진 싱글’이 아닐까.
장진영 스토리 말고도 엄정화/이범수 스토리. 동거, 사랑과 우정 사이에 대한 문제제기, 아직까지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남자와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반대의 길을 달리는 여자... 다 좋다. 하나하나가 재밌기도 하고..
그러나 아쉬운 점 하나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 또 임신문제가 나오는거냐고!!
여성이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낙태하냐 마냐 고민하는거 이거 진짜 심각한 문제인 것은 아는데 너무 자주 등장하니까 지겨울 정도다. 게다가 영화마다 다루는 방식이 똑같고 항상 임신문제는 연인들의 이야기에서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발단-전개-절정-위기-결말로 가는 것은 좋다 이거야. 근데 왜 모든 사랑이야기의 위기가 ‘임신’이 되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끝에 가서 조금 김이 새기는 했지만. 매력적인 영화다. 보는 동안 영화관에서 킥킥 거리며 엄청 웃어댔으며 공감과 걱정이라는 영화보면서 좀처럼 생기지 않는 감정까지 마음 속에서 퍼낼 수 있었다.
드라마로 내어도 될 걸 왜 굳이 영화로 내었냐는 비평이 많던데, 장진영을 좀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은가!! -_-;;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여기서 장진영이 연기하는 ‘나난’이란 캐릭터는 진짜 매력있다. 천편일률적인 극단적 청순가련형 혹은 왈가닥 히로인의 범주에 들지 않는 살아있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근데 이범수는 왜 ‘특별출연’이지? 돈을 덜 받았나?-_-)
내가 저 헤어스타일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_- |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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