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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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할 말이 많은 영화다. 얼핏 보면 그냥 멜로영화 같은데 그 내막은 무척이나 복잡하다.
나의 머리는 우선 이 영화를 거부한다. 뻔하디 뻔한 멜로 영화.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들이 끝없이 반복된다.
클래식에서 써먹고 있는 ‘사랑이야기’ 리스트는 대충 다음과 같다.
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사랑, 병약한 도시소녀와 시골촌놈의 사랑, 삼각관계의 사랑,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는 사랑,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사랑, 학창시절의 풋풋한 사랑,
방해자가 훼방놓는 사랑, 뒤늦게 깨닫고 달려가거나 후회하는 사랑, 전쟁으로 헤어지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억지로 밀어내려는 사랑...
이 모든 것을 한 영화에 싸그리 담았다. 이 정도면 욕 먹을만도 하다.
실제로 평론가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우산장면은 번지점프를 하다를 그대로 도용했다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지독한 상업영화, 뻔한 최루성 멜로 영화라는 비판이 쌀벌하게 내려졌다.
게다가 조인성의 연기를 보라. 잘 생긴 것은 인정하겠는데 연기가 너무 형편없다.
시트콤에서는 저렇지 않았었는데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자아. 이 정도면 문제있는 영화다.
그러나 나의 가슴은 이 영화를 거부하지 못한다.
첫째는 앞에서 줄줄이 읊어댄 각종 사랑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사람의 심성을 흔들어놓을만큼
강력한 흉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영화들을 통해 검증되었으니 그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화를 많이 보고 기억력이 좋은 매니아 및 평론가들은 장착된 성능좋은 필터로 이 장면들이 마음 속에
와닿기전 모두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기억력이 바닥을 치는 나로선 각 장면들의 원조를 떠올리고
성향을 분석할 여력이 없으니피해에 100%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각 이야기 하나하나가 가슴 떨리고 즐거웠고 슬펐던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두 가지.
조인성이 자기를 좋아하는 걸 알고 기쁨에 넘친 손예진이 비를 맞으며 그에게 달려가는 장면과
그리고 전장에서 돌아온 조승우가 손예진을 속이는 장면이다.
야심한 밤 흉칙한 강도가 칼을 휙휙 휘두르며 한 걸음씩 다가오는 듯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멜로 영화보고 이런 적이 있었던가... 아니,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관객의 마음을 무너뜨리기 위한 수많은 기술들이 다양한 포맷으로 영화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둘째는 손예진이라는 히로인의 존재이다.
1인 2역을 맡은 손예진은 솔직함, 귀여움, 청초함, 아름다움, 터프함, 순수함 등 수많은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보여주었던 매력을 역시 싸그리 담아서 선사해준다. 손예진이란 배우는 이 모든걸
소화해낼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추고 있던 것이다.
그녀에 대한 백신을 맞은 적도 없고 항체도 형성이 되어 있지 않은 나로선
다시 한 번 바닥에 쓰러지는 수밖에.
셋째는 시각적, 청각적 효과이다.
전체적으로 화면이 무척이나 예쁘다. 두 번이나 보여주는 반딧불 장면이나 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장면들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음악 역시 만만치 않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과 같은 명곡과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몇몇 팝송들이 각 장면과
어울리게 배치되어 있다. 이로써 눈과 귀가 모두 마취되었다.
이 상태에서 냉정한 이성적 판단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결국 영화와 1대 1로 대면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되어 버린다.
이 정도면 멜로영화의 정석이자 개념원리이자 야전교범이자 집중공략집일 수밖에.
게다가 감독은 앞에서 말한 ‘진부함’, ‘뻔한이야기’, ‘짜집기’ 등의 비판을
‘클래식’이란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린다.
영화 초반부에 감독은 손예진의 입을 빌어 미리 이렇게 선언해놓는다.
‘아유 촌스러워... 음... 좋아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그렇다. 감독은 일부러 이런 촌스런 짬뽕 멜로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결국 짜장면을 우동에 섞어버리고 거기에 탕수육과 볶음밥을 섞어 비비더라도
맛있으면 그만이란 소리다.
개인적으로 이에 박수를 보낸다. 엽기적인 그녀로 돈을 벌어 확장개업을 선언한
곽재용 주방장의 새 퓨전짬봉 요리 ‘클래식’은 진짜 맛있었기 때문이다.
<별점: ★★★★★☆>
뭇 남성들의 심정을 자극하는데 손예진만한 카드가 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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