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브루스 얼마이티

 '신이 되고 싶다?'

 요즘 시대에 이런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이 시대에 가장 유행하는 '되고 싶다' 시리즈 1위는 바로 이거다.

 '로또 1등 당첨자가 되고 싶다.'

 짐캐리가 연기한 브루스씨 역시 시대의 조류를 파악하고 있는지  '신이 되고 싶다'라는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스러운 유치한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근데 하늘을 향해 몇 번 욕지거리를 퍼부었더니 갑자기 하나님이 나타나서는 '네가 나 대신해라'하면서

 그냥 능력을 파악 줘버리고 떠나버렸다. 아.. 이거 얼마나 재수 좋은 넘인가. 그치만 이 아저씨,

 기껏받은 능력 제대로 활용도 못한다. 기껏해야 접시에 담긴 토마토 스프를 반으로 갈라지게 하거나

 맘에 안드는 직장동료와 길거리 불량배들을 괴롭혀줄 뿐이다. 쓸데없이 다른 사람들 로또 당첨되게 했다가

 문제만 일으킨 데다가 전지전능의 힘을 가졌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하나 잡지 못한다.

 이럴바에야 짐캐리 아저씨, 옛날에 쓰고다니던 마스크 다시 찾아쓰는게 여러모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도 그 때는 동에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대활약을 펼치는데다가 신나는 댄스와 같은 볼거리도 많이

 선사해주고 카메론 디아즈라는 멋진 여성도 춤하나로 유혹하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우리 얼마이티한

 브루스 아저씬 결국 이거 못해먹겠다고 하면서 하나님에게 능력을 자진반납해버린다.

 하나님은 능력을 다시 접수해 받아가셨고 브루스 아저씬 어찌어찌해서 다시 사랑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 둘이 떠난 자리, 몇 개의 교훈들이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

 하나를 집은 후 먼지 대충 털어 살펴보자.

 '기적을 이루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두둥)

 결국 신에게 의지하기 보단 스스로 노력해서 기적의 주인공이 돼라는 이야기다.

 물론 멋진 얘기. 뭐 근데 이런식의 교훈거리는 어떤 영화에서는 트럭으로 실어주기도 하는데 말이지.

 굳이 이 영화에서 건져갈 필요는 없지 않겠어? 그냥 조용히 있던 자리 놓아두고 갈길가자.

 브루스 얼마이티가 왜 마스크보다 재미가 없을까.

 내 생각은 이렇다. 마스크는 별 거 아닌 못생긴 가면조각 하나로부터 엄청난 능력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그 효과가 몇 배 증폭된 것인데 비해 브루스 아저씨는 기껏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별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는데 있다. 거기다가 기독교 신자들을 의식했는지

 군데군데 별 필요없는 교훈거리들의 삽입. 다 옳은 말,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짐캐리의 연기는 정말 재밌고 웃기지만 진지해야할 때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배우 스스로가 그렇고

 그가 맡는 역이 또한 그렇다.  생방송 뉴스 시간에 화면에 대고 화풀이 할 때는 괜히 민망하여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정상적으로 가자고. 정상적으로.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