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이다. 드디어 돌아온 터미네이터3. 잔작보다 한층 강화된 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을 들고 돌아왔지만 앞장선 사람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아닌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노릇이다. 여하튼 터미네이터의 컴백을 기념하여 주인공 존코너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내 이름은 존 코너. 지금은 마약에 쩔어 형편없는 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사실 미래의 인류 구원자걸랑. 못 믿겠지만 세상은 심판의 날에 로봇에 의해 점령당하고 그들의 핵공격으로 박살이 나는데 내가 이끄는 저항군이 인류의 승리를 이끈다는 거야. 그 때문인지 미래의 로봇들은 날 미리 죽이기 위해서 이상한 놈들을 끊임없이 파견해왔어. 지난번에는 T-1000이라는 흐믈흐믈거리는 놈이 왔는데 진짜 끈질기게 안 죽더라구. 여차저차 물리치긴 했더랬지만.
근데 이번에 더 심한 놈이 날라온거야. T-X라고 겉보기엔 여자고 무지 이뻐. 그치만 지난 번 흐물흐물보다 한 층 더 쌔더라고. 뭐. 우리 편이라고 가만 있었겠냐. 역시 날 지켜준 로봇을 보내준거지. 다만 지난 번과 똑같은 낡아빠진 T-800이란게 아쉽지만 어쩌겠냐 이놈한테라도 붙어 살아야지.
그러고보니 “I'll be back"을 외치며 사라지던 전의 T-800이 떠오르는군. 진짜 걔한텐 고마웠는데 말야. 얘는 걔하고 똑같이 생기긴 했는데 딴 모델이라더라.
하여간 이놈은 난데 없이 내 중학교 동창 여자애 보고 나중에 내 마누라가 될 거라고 하지 않나 자기가 날 죽였다고 하지 않나 별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데... 아마 맞겠지?. 슬프지만..ㅠ_ㅠ
그러는 와중에 T-X가 쫓아오긴 계속 쫓아왔고 우리의 T-800은 쪼까 활약을 펼치긴 하는데 나중엔 죽도록 맞아서 망가졌는지 오히려 날 죽이려고 덤벼들더라고. 우리가 그렇게 막으려 했던 스카이넷은 결국 작동을 시작해버리고. 일이 잘 안 풀리지?
결국 나와 미래의 마누라 되실 분은 스카이넷의 중심지에 들어가서 이 놈을 망가뜨리기로 했어. 그래야 그 핵공격인지 뭔지가 무효! 가 되니까. 근데 겨우 물리친 걸로 알았던 T-X는 거기까지 쫓아오더라고 진짜 걔 때문에 거의 죽을 뻔 했는데 다행히도 별안간 나타난 정신차린 T-800이 우릴 구해줬지. 자기 뱃속에서 엄청난 화력을 가진 폭탄을 꺼내더니 문틈에 끼인 T-X의 입속에 팍 끼워 놓고는 ‘You are terminated!’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더니 펑! 하고 같이 사라져버린거야. 아. 잠시 그를 위해 묵념. -_-
이윽고 우리는 스카이넷의 중심지로 들어갔어. 근데 아냐! 여기가 아니었던 거야! 여긴 스카이넷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었따구. 에구에구.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지. 잠시 후 핵공격은 시작되어 버리고... 결국 심판의 날을 막지 못했어. 분하게도 말야...
그래서 난 마누라와 더불어 분연히 일어나 그들에게 응징을 가하려고 했... 아. 이건 다음 편 줄거리구나. 얘기하면 아마 감독한테 맞을거야. 담 이야긴 그 때 계속 하기로 할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럼 심판의 날까지 무사히 잘 지내라고~ I will be back~
줄거리까지 다 말하고 가다니. 말이 많군. 존코너-_-. 어찌됐든 영화얘길 해보자.
전작보다 확실히 약하다. T-X를 여자로 결정한 것은 나름대로 신경을 쓴 거겠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라는 것이 도저히 흐믈흐믈 T-1000에 미치지 못했다. 스펙상 그녀가 훨씬 강력한데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의 파이어뱃인양 사정거리 짧은 화염방사기만 칙칙 뿜어대니 위협적이지도 않았고 이것저것 T-1000을 많이 따라한 것 같은데 도로에서의 추격신을 비롯해서 긴장감을 주기엔 많이 부족한 캐릭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케일은 분명히 커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스토리는 마음에 든다. 마지막의 반전도 재미있고. 그러나 T-800이 감염되었다가 스스로 정지하고, 그러다 재작동 하는 부분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이게 무슨 요술공주 밍키인줄 아는 모양이다. 게다가 어울리지 않는 코믹함의 가미도 어색했다. 후속작이 만들어진다는데 제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손길이 닿아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나 같아도 모른채 하겠다-_-)
ps. 아줌마가 되어버린 클레어 데인즈.. 엉엉(뭐 원래 좋아한 건 아니지만)
<별점: ★★☆☆☆☆>
"야. 죽고잡냐..." "터헛...아뇨 ㅠ_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