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그녀에게

by 문★성 posted Mar 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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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타임지 선정 ‘최고의 영화’. 잔잔하면서도 재미있고 슬픔과 감동이 배어나오는 좋은 영화이다.

짝사랑하던 여인 알리시아가 식물인간이 되자 무려 4년동안 그 곁에서 간호를 해오고 있는 베니그노와 투우경기 중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여투우사 리디아를 사랑하는 마르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마치 연휴 때마다 주고받곤 하는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것 같다. 단단한 줄거리로 기본 뼈대를 만든 후 그 위에 살을 덧입히는 기존의 영화들과는 달리 ‘그녀에게’는 감독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를 순서나 구성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마구 갖다붙여 버린듯하다. 초반의 발레장면, 중반의 음악회와 무성영화 등은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받고 있다. 그리고, 굳이 전체맥락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들 각각의 선물들은 그것 나름대로 볼만하다. 이래서 영화는 무척 고마운 종합선물세트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단 무성영화 ‘애인이 줄었어요’는 무척이나 민망하다-_-)


‘그녀에게’의 영어제목은 ‘Talk to Her'이다. (스페인 원제는 해석을 못하겠다). 매그니노는 4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의식이 없는 알리시아에게 계속 이야기를 한다. 하루 있었던 일, 만났던 사람 등... 그러나 그가 강간죄로 구속된 후 비로소 깨어난 알리시아는 매그니노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매그니노가 늘 생각했던 ’그녀가 내 얘기를 듣고 있을 것이다‘는 생각은 결국 오답이었던 것이다. 알리시아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기 전 그녀를 몰래 지켜보고 미행하고 그녀의 방에 잠입하여 물건을 훔치기까지 한 매그니노는 끝까지 잘못된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얘기해왔었으며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나 버린다.

 

한편 마르코는 매그니노의 사랑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결국 리디아의 생명과 마음을 모두 잃고 만다. 그녀는 이미 사고 전에 옛애인에게 돌아간 상태였고 이 사실을 안 마르코가 해외로 떠난 후 얼마 뒤 결국 죽고 만 것이다.


언론이나 각종 영화평에서 말하기를 ‘그녀에게’는 ‘진실한 사랑’, ‘아름다운 사랑’을 다루고 있다고한다. 그러나 난 이 영화의 주제를 ‘빗나간 사랑’, ‘잘못된 사랑’이라 규정짓는다. 사랑은 둘이 하는 것이다. 한명이 일방적으로 만들어가는 사랑을 진실하고 아름답다고 말할 순 없는 것이다.


사랑은 알리시아가 깨어있을 때 해야한다.

우린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이야기를 해야한다.

 

 

<별점: ★★★★★☆>

 

 

아름다운 알리사의 옆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