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장화, 홍련

by 문★성 posted Mar 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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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여름을 강타한 최고 화제작 중 하나. 워낙 좋은 평이 많이 나오는지라 기대를 잔뜩하고 봤었는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 정도는 아니었다.

우선 공포영화치고 임팩트가 강하지 않다. 기존 공포물들이 늘상 사용하던 긴장감있는 배경음악(두두두두~)을 깔다가 갑자기 여자의 비명소리를 낸다거나 확! 하는 효과음과 함께 귀신이 튀어나온다거나 하는 설정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분위기상 긴장이 되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리 공포스럽진 않은 것이다. 침대 위를 떠다니는 귀신이나 싱크대 밑에서 튀어나오는 귀신 둘을 잘 이용했으면 좋았을텐데 감독은 한창 분위기를 띄워놓은 이 둘을 그만 조기 교체해버린다.

수준높은 공포영화를 지향하는 만큼 반전이 있고 영화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너무 쉬웠다. 실제적인 반전은 영화 말미에 터지지만 초중반에 터져나오는 얘기들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해볼만한 이야기이므로 충격이 크지가 않은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물론 반전의 내용을 말하지는 않겠다.

 1. 등장인물 A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너무 빨리 얘기해버림. 이것도 일종의 반전

 2. 그 후 마지막에 A가 맛이 가서 XXX를 했다고 폭로함

 3. 관객 왈 "내 그럴 줄 알았지"

감독은 3과 같은 반응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공포를 전해줄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 1을 숨겨야했다. 의외로 이것이 너무 빨리 터짐으로써 이후의 공포스러운 순간들이 쉽게 분석되고 파악되고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거짓에 거짓을 덧씌운 이중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만큼 1은 허무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든다. 할리우드 공포영화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것이 아닌 뭔가 몽환적이면서도 감추어진듯한 것이 으스스한 한기를 전해준다. 장화, 홍련 두 자매와 김갑수씨의 캐스팅은 좋았다고 느껴지며 무엇보다도 염정아의 연기가 맘에 든다. 마지막에 숨겨진 이야기를 배치한 구성도 괜찮은 것 같다. 다만 그 역시 관객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 정도의 위력은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얼굴에 분칠한 귀신이나 눈이 뒤집한 살인마가 살육을 저지르는 기존 한국 공포영화의 한계를 한층 넘어선 것은 분명하다. 장화/홍련의 엄청난 흥행은 이런 영화를 바라는 관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리라. 내년 여름에는 한층 더 무섭고, 치밀해질 제2의 장화/홍련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별점: ★★★☆☆☆>

염정아도 벌써 '엄마'역을 맡을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