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광복절 특사

아아 김상진 감독님 어찌 이리 되셨나이까.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신라의 달밤에서 보여주시던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아무 생각 없이 웃겨주는

유머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겝니까.

설경구 - 차승원 - 송윤아 - 강성진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배우들을 투입하고서 이 정도 영화밖에

나오질 않다니요. 설경구의 연기력은 그렇게 활용하기에는 캐스팅비가 아깝고

차승원은 비중이 너무 없어 제 기량 반도 채 발휘 못한 것 같고

강성진은 그런 짜증나는 배역을 맡기기에는 사람이 너무 진지합니다. 좀 더 서글서글한 사람을 쓰셨어야죠.

뭐 송윤아 정도는 괜찮았어요. 맨날 여배우없다고 그러면서 왜 충무로는 이 사람 안 데려다 쓰는 걸까요?

나이가 너무 많나?

하여간 계속 합시다.

비정상인 캐릭터. 이건 정말 꼬집고 넘어가고 싶어요.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특히 설경구와 강성진의 캐릭터는 저거 미쳐버린거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을 정도라니깐요.

물론 전작의 캐릭터들도 그리 정상은 아니었다죠.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선 호감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단

말이예요. 이 영화는 전혀 아니었어요. 십분만 더했으면 짜증이 아니라 화까지 낼 뻔 했단 말예요.

광복절 특사가 탈옥한다는 설정 하나 좋아요. 웃기구요. 그런데 그것 외에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안 웃겨주대요. 아. 어이가 없어 웃은 적은 몇 번 있긴 했다지요. 근데 이거 코메디 영화 맞나요?

주유소의 유오성, 신라의 달밤의 이원종을 대신할만한 캐릭터가 없어서 그런 겝니까.

아 물론,  이게 감독님의 한계가 아님을 믿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잘 나가는 감독 열 명 꼽으라면

그 속에 웬만하면 들어가시는게 감독님 아닙니까. 믿고 기다리지요. 그렇지만 참으로 죄송스런 말씀은

아마 다음 작품은 영화관에서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뭐 영화관에서 본 것은 주유소밖에 없지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