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매트릭스의 후속작. 전작의 성공 덕분인지 게임, 애니메이션을 휘하에 대동하고 한층 강화된 그래픽과 액션으로 컴백했다.
전작의 끝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하늘로 휙 날라갔던 우리의 네오(키아누 리브스)는 그 자신만만한 모습과는 달리 아직 고생중이다. 시온의 위기는 날이 갈수록 가까워지고 자기를 그토록 괴롭히던 스미스 요원은 스스로를 무한복제하여 러쉬해 들어오고 있다. 결국 그는 동료인 모피어스, 트리니티 등과 함께 매트릭스의 핵심으로 들어가서 시스템의 아키텍쳐를 만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대2 ?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
전편보다 맘에 들지 않는다. 액션의 스케일은 커졌지만 지루해졌으며 이야기는 깔끔하지 못하고 잠 오는 철학강의처럼 쓸데없이 복잡해졌다.
네오와 수십명의 스미스가 싸우는 장면 하나는 맘에 들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계속해서 증가하는 적들. 일단 상황부터가 긴장되지 않는가. 근데 이것도 너무 길었다. 다른 액션장면은 말할 것도 없다. 고속도로 추격신, 트럭 위에서의 격투, 그리고 페르세포네의 집에서의 격투 등이 주요 장면들인데 지겹다고 느낄 정도로 길고 느슨하다. 3편과 동시에 만드느라 시간 배정상 일부러 늘인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성의없이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또 하나. 뭔놈의 철학을 왜 그렇게 쑤셔넣었는지. 영화만으로는 100% 이해가 불가능한 난해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모자라는 부분은 동시에 출시된 애니와 게임을 모두 접한 후 연구해서 깨우쳐야 한다. 이건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 차원이 아니라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공부해오라고 숙제를 내 준 식이다.
감독형제는 전편에는 공각기동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니 이번엔 에반게리온에게 양손을 벌린 모양이다. 팬들은 여기저기서 내용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제작진은 서서히 비밀을 흘려보내어 그들을 자극한다. Neo를 거꾸로 읽으면 One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 캐릭터의 이름의 비밀, 영화 상 장면들이 뜻하는 바, 그리고 아키텍쳐의 말과 당시의 화면이 의미하는 바 등등. 고의든 아니든 에반겔리온과 매트릭스는 같은 방식으로 관객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덕분에 열성팬들도 생겼고 나처럼 아예 모르는게 낫겠다며 손 떼버린 사람들도 생겼다.
동양사상도 좋고 서양사상도 좋다. 북양사상이든 남양사상이든 더 넣어도 상관없다. 다만 영화는 영화 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 영화는 개념원리 문제집이 아니지 않는가. 답안지를 별매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보아야만 하며 시중에 돌아다니는 각종 해설을 숙독해야합니다’ 라고 포스터에 써붙여 놓든가.
맘에 들든 안 들든 어차피 이야기의 끝맺음은 3편의 몫이니 이를 두고볼 수밖에 없을듯하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