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정~말 재밌고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그동안 영화를 볼 때 항상 눈에 장착했던 ‘작품성 및 대중성 판독기기’와 ‘감독역량 내멋대로 판단장치’를 해제하고 맘 편하게 관람에 임했다. 이는 대부분 어린이용 애니메이선을 볼 때 지켜서 하는 행위로 스스로를 지나친 비판과 비평의 부담에서 해방시킴으로 동심의 세계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사실상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이 내게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인식된 것은 이 장치를 풀지 않고 ‘걸작의 대를 잇는 영화’라는 선입견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무척이나 재밌다. 감동까지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웃기도 하며 놀라기도 하면서 끝날 때까지 감독이 이끌어주는 대로 신나게 모험을 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센의 모험을 지켜보진 않은 모양이다. 돼지가 된 센의 부모는 노동없이 탐욕만 추구하는 현대인을 의미하며, 오물신을 인간의 탐욕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가오나시는 가면으로 본 얼굴을 덮고 서로를 대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며(그는 돈으로 센과 친해지려 한다) 이름을 찾으려 하는 하쿠는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볼 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터라 그냥 넘어갔던 부분들인데, 이렇게 모아보니 그야말로 정답이다.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라는 거장의 작품을 토이스토리쯤으로 생각하고 보았던 내가 문제가 있던거다. (토이스토리가 별로라는 말이 아니다) 하긴, 원령공주를 보긴 했으나 그게 벌써 4년전 이야기니 깜빡할만도 하지만.

어찌 되었건, 편하게 보던 심각하게 보던 괜찮은 작품이기는 매한가지다. 개인적인 취향에서 한 마디 붙이자면, 센의 목소리는 별로였다. (사실은 얼굴도-_-;;)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