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촉산전

천녀유혼, 영웅본색, 동방불패, 황비홍 시리즈의 제작과 감독을 맡음으로써 한 때 홍콩의 스티븐 스필버그로 불렸던 서극 감독의 무협영화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한 때 스필버그로 불렸다는 거지 지금도 그렇게 불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특히 새천년에 들어와서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기 때문이다.

 

촉산전은 일반 무협영화와는 다르다. 곤륜파나 아미파가 등장하는 걸로 봐선 시대적 배경 등은 기존 무협영화의 것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설정들은 기존의 것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무계하다. 무협영화에서 등장하는 공중답보나 장풍 같은 기술을 보고 만화 같은 설정이라고 웃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촉산전을 보라. 공중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손을 쭉 뻗은 채 슈퍼맨처럼 날라 다니며 손을 내 뻗으면 오색찬란한 빛들이 천지를 휘감는다. 보통 무협영화에서 보여지는 타격위주의 기술은 여기서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각각의 인물들이 사용하는 신기한 무기들을 이용한 공격이 주가 된다. 각각의 장면들이 엄청난 양의 특수효과와 CG로 꾸며져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CG를 첨가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을 제외한 모든 화면이 전부 CG다. 아마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은 이보다 편하게 찍은 액션영화는 없었을 것이다. 그저 손만 좌우로 흔드는 연기만 하더라도 특수효과 팀은 태풍을 능가하는 효과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은 사람이 아니라 수백 년을 살아온 악마, 즉 마황이다. 생명이 9999개가 있어서 우리 편이 겨우 죽여놓았더니 아직 9998개가 남았다고 낄낄대는 괴물이다. 사람이 악마를 어떻게 이기냐고 하겠지만 촉산전의 전투장면을 오 분만 보면 충분히 이길만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많은 생명을 다 작살을 내준다.

 

만화같은 설정, 아니 만화보다 더 황당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밌다. 액션장면이 비록 CG지만 시원하고 볼만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화면의 색감부터가 묘한 빛을 띠는 것이 몽환적이며 나름대로 괜찮았다. 다만 중후반부에 환생이니 부활이니 하는 무거운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서 분위기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한동안 꽤나 지루한 느낌을 주는 부분은 단점으로 꼬집을만하다. 실컷 빠른 물살에 빠져 숨가쁘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느릿느릿해지니까 맥이 빠질 수밖에.

 

 

<별점: ★★★☆☆☆>

 

                      배우는 그냥 서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