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신라의 달밤

신라의 달밤, 이성재-김혜수-차승원의 쓰리톱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 영화판 공략에 나서다!

주유소 습격사건을 진두 지휘한 김상진 감독의 영도 아래 그의 주무기 코믹 시스템을 기본전술로 한 후 요즘 한국영화계에 유행코드인 조폭시스템을 살짝 가미하였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을 꿈꾸듯 신라의 달밤팀도 영화계 16강을 꿈꾼다. 과연 이들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선발출전선수들을 분석해보자.

왼쪽윙 이성재는 차가운 조폭두목 ‘박영준’ 역을 맡는다. 조폭이라고 해서 입에 욕을 달고 다니면서 침이나 탁탁 뱉어대는 모습이 아니다. 그의 플레이는 깔끔하고 신사적이다. 이런 조폭 역할 아무나 맡을 수 있는게 아니다. 게다가 그 정제된 듯한 깐깐한 목소리란! 한석규랑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나는 그의 플레이는 활용도가 넓지는 못하겠지만 깊이는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

오른쪽 윙 차승원은 고교시절 짱 먹다가 체육선생이 되어버린 ‘최기동’을 맡았다. 근데 이 사람 모델 출신이라던데 언제 이런 감칠맛나는 플레이를 익혔는지, 할리우드에 전지훈련이라도 갔다온 모양이다. 무식하고 폭력적이며 대책없는 역을 마치 자신의 본 모습인양 잘 소화해냈다. 한 영화의 원톱으로 출전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만큼 연기력 좋고 매력있는 선수이다.

원톱 김혜수는 팀의 주득점원이 되어야하지만 이를 양 윙에게 주역을 양보하고 약간 처진 위치로 내려와있다. 그야말로 무난한 역할. 특유의 목소리는 약간 거북하기는 하지만 술 먹고 두 남자에게 주정부리는 장면에서는 이 연기 할 수 있는 여배우가 한국에 얼마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울렸다. 사실 연기도 잘하지 않는가. 요즘 들어 자꾸 이상한 쪽에 치우치는 것 같지만 그녀도 아역 때부터 수십편의 영화, 드라마에 등장한 베태랑 플레이어니까.

이들과 더불어 빼먹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쓰리톱을 받쳐주는 플레이 메이커 이원종이다.

이원종은 이성재의 대립하는 조직의 두목으로 등장하는데 사실 이 영화의 코믹의 절반이상은 이 사람이 해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정 하나 말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재밌다. 일단 파마머리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도 좋다.

자, 이렇게 연기력과 개성이 뒷받침되는 선수들을 적절히 배치했으니 엉망진창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경기는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봐줄만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후반부 들어서 세 주인공간의 사랑 싸움이 조금 지지부진하는 경향이 있지만 막판에 주유소습격사건에서 보여준 필살의 전술 ‘패싸움’을 다시 도입함으로써 분위기를 띄워주는 전술의 변화까지 꾀하고 있는 점은 만족스러운 감독의 능력이다.

물론 ‘돈을 갖고 튀어라’, ‘투캅스3’, ‘주유소 습격사건’에서부터 이어지는 유치함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했다. 김상진 감독이 다음 경기 때는 슬랩스틱 코메디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