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조폭마누라

끝이 없이 이어지는 조폭, 조폭, 조폭, 조폭... 아 이젠 정말 지겹다 지겨워.  요즘 감독들, 작가들의 생각이란 어떻게 하면 조금 색다른 조폭영화를 만들어볼까에 집중되어 있는듯하다. 절에 간 조폭, 고등학교로 간 조폭, 그밖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조폭영화들... 대중예술이란게 원래 이런 것인 모양이다. 왜 서태지가 뜨니까 사방에서 랩하는 가수들이 출몰하고 HOT가 뜨니까 보이땐스그룹 수십 수백개가 튀어나왔잖은가.

암튼 이렇게 주류를 따라간다고 해도 재밌으면 그만이다. 청출어람이라고 이전 것들보다 나으면 문제없잖은가. 그치만 조폭마누라는 정말 '최악'이었다. 도대체 왜 이 영화가 뜬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스토리가 재밌는 것도 아니고 액션장면이 멋드러진 것도 아니다. 보다가 웃은 기억은 전혀 없으며 그렇다고 배우들이 확 휘어잡는 것도 아니다. 신은경이 하는 연기라곤 그저 인상 팍팍 쓰면서 째려보는 정도. 그게 끝이다.

게다가 액션이란 액션은 죄다 무협영화에서 따온 것들이다. 조폭들이 단체로 중국 6대 문파에 전지훈련이라도 갔다온 모양이다. 공중 몇 회전은 기본이고 각양각색의 화사한 기술들이 총출동한다. 도대체 어느 동네 조폭들이 저렇게 싸우는걸까나.

그래. 뭐. 액션영화가 무협영화 따라할 수 있다. 그런 영화들 많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지한 척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주인공이 얻어 터지고 피가 난무하는 장면을 보여줄 거라면 실제처럼 제대로 된 연출을 할 것이지 그런 심각함 속에서도 등장인물들을 여전히 하늘을 날라다닌다. 조폭영화를 소재로 삼았으면, 그리고 진지한 액션을 보여줄거라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무협영화는 과거의 것이며 신화같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조폭은 바로 우리 동네 구석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식의 연출은 그야말로 생각없는 ‘미화'에 불과하다고 본다. ‘조폭’이란 존재는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아닌가. 신라의 달밤같은 것과 비교하지 말라. 희화와 미화는 엄연히 다르다.

  <별점: ☆☆☆☆☆☆>

          의미없는 인상쓰기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