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자카르타

첫 번째 출전팀은 행장 아들이라는 직분을 이용해 금고돈을 털려고 하는 윤다훈과 그의 연인 이재은, 두 번째 팀은 땅을 파 금고로 침입하려는 금고 털이 전문가 임창정-진희경-김세준 일당. 마지막 출전팀은 경찰로 변장해 건수를 만들려는 김상중과 박준규이다. 이들이 우연의 일치로 거의 같은 시간에 은행으로 밀어닥치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지게 된다. 윤다훈은 임창정을 이용해 돈을 빼돌리려 하지만 둘 다 김상중에게 그야말로 ‘체포’되어 버리고 임창정은 살해당한다. 윤다훈을 인질로 삼아 거액의 돈을 뜯어내는데 성공한 김상중 일당.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윤다훈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뭔가 허무한 결말? 하지만 영화는 이게 끝이 아니다.

감독은 여기서 시간을 한참 앞으로 되감아 각종 매체에 ‘놀라운 반전’이라고 광고한 비장의 카드를 내어 뽑는다. 사실 김상중과 임창정, 이재은이 친남매였던 것이다. 오빠 둘은 여동생을 꼬드겨 윤다훈의 돈을 빼앗길 원했고 납치극, 살인극을 만들어가며 30억 원을 빼돌려낸 것이다. 윤다훈 쪽도 마찬가지. 그는 진희경과 한편이었고 철저히 임창정을 이용해먹으려 했다. 그는 아버지가 인질비로 준 30억 원을 가로채고 김상중 일당을 살해했으나 사실 아무도 죽지 않았고 더군다나 돈도 위조지폐였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속아 넘어간 것이다.

괜찮은 발상이기는 하나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그리고 반전 하나로 역전시키기엔 영화가 전반적으로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반전이란 건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센스처럼 분위기를 감독의 의도대로 끝까지 끌어당겨 관객이 완전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든 후 뒤통수를 파악 내려 찍으며 ‘몰랐지 이것아! 헤헤헷’ 하면서 터뜨려야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것이지 ‘뭐야 영화 되게 재미없네’하는 판에 ‘이런 반전이 있으니까 재밌지 않냐’라고 아무리 앞에서 내레이터 모델 휴대폰 팔 듯 살랑살랑거려봤자 별 소용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