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아름다운 시절

전쟁 직후, 1950년대의 한국 농촌 사회를 그려낸 영화이다. 전쟁과 분단의 피해자이면서 당시에는 이를 실감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시각으로 현실을 씁쓸하게 그려내고 있다.

열심히 놀고 배울 시기의 아이들, 하지만 그들에게 현실은 너무도 각박하다. 빨갱이로 몰려 죽는 아버지를 지켜봐야했고 미군에게 몸을 파는 어머니와 매춘을 알선하는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했으며 미군의 아이를 임신하고선 버림받은 누나를 위로해야했고 빨갱이의 핏줄이라고 학교에서 쫓겨나야했다. 때때로 저항도 해보지만 결국 순응하고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의 모습을, 그들의 시절을 이광모 감독은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반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흐름은 무지하게 느리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가 영화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느릿하면서도 깊은 슬픔의 연속들. 이것이 우리 한국 근대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