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반칙왕

두 번째 보고서 쓰는 감상문.

평범하고 무기력한 회사원 임대호는 우연히 프로레슬링을 접하게 된 후 점점 흥미를

느끼면서 빠져들어간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놀라운 실력 향상을 이루어내고

정식 시합에까지 출전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쉘위댄스와 흡사하다. 그러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이 영화는 쉘위댄스처럼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볼 즐거운 이야기가 아님이 드러나게 된다.

임대호에게 있어 프로레슬링을 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인 '반칙왕'은 그저

무료한 일상에서 자신을 탈출시켜주는 해방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초라하고 약한 이 때까지의 자신을 가면으로 감추고 당당하게, 그리고 서슴치않고

반칙을 행하며 세상과 맞서 싸우게 하는 무기이자 자아실현의 매개체인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실패한다.

직장상사의 헤드락 기술을 풀기 위해서 프로레슬링을 배우게 되었지만

끝내 한 번 이겨보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당당히 고백한 짝사랑하던 그녀에게는 거절당해버린다.

힘겹게 연마한 기술들은 막상 시합에서 제대로 써먹어보지도 못하며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었던 가면 역시 경기도중 상대에게

찢어발겨지고 만다.

결국 임대호는 가면이 해결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맨 얼굴로

다시 상사에게 도전한지만 그 앞에서 어이없이 미끄러 넘어져버린다.

이렇든 현실은 무섭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가면이 지금까지의 한심한 내가 아닌 새로운 나를 창조해줄 것으로 믿었지만

어디 세상이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던가.

가면을 벗고 자신의 본 모습 그대로를 내 보이며 도전해보지만

어디 세상이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던가.

우린 지금까지의 자신을 거부하고 반칙왕의 가면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그것은 우리의 얼굴만을 바꿔줄 뿐

세상은 티끌 하나 바뀌지 않는다.

영화 반칙왕은 송강호의 코믹연기나 최고급 카메라의 사용, 혹은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레슬링 연기가 부각이 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이토록 어두운 현실을 담고 있는 블랙코메디였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뜻깊은 영화였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