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류승완의 걸작.
저렴한 예산에다 18mm 필름으로 가난하게 만들어진 이 영화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2000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각광을 받은 작품이다. 주연까지 맡은 감독 류승완이 일약 천재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다.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란 별명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영화는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학생인 ‘석환’이 싸움을 시작하고 그 친구인 ‘성빈’이 상대방을 실수로 죽이는 사건을 보여주는 <패싸움>, 출옥한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아이의 환영에 시달리는 성빈의 이야기, <악몽>, 형사가 된 석환과 지역 건달보스인 ‘태훈’의 대립을 다룬 <현대인>, 마지만으로 석환의 동생 ‘상환’의 이야기와 석환과 성빈의 마지막 대결을 다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렇게 네 편이 각각 색다른 구성과 주제를 가지면서 어울러져 영화전체의 완성도를 엄청나게 높여주고 있다.
<패싸움>은 10대의 이야기를 리얼한 대사와 액션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악몽>은 호러의 형식이 주가 되고 있다. <현대인>은 액션과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혼합된 특이한 구성인데 석환과 태훈의 인터뷰식 독백, 그리고 그들의 기나긴 대결장면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보는 나로 하여금 미동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뒤를 잇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이를 능가한다. 정통 필름느와르로 피터지는 액션과 석환, 성빈, 상환의 비극적인 결말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마무리짓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수준 높은 액션과 비극적이면서도 짜임새가 빠지지 않는 줄거리, 색다른 촬영기법, 리얼한 인물 묘사, 높은 완성도, 특이한 구성 등...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그야말로 걸작이자 명작이다.
<별점: ★★★★★☆>
저 흩날리는 피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