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오! 수정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역시 그만의 독특한 형식을 지닌 작품성 위주의 영화이다.

영화는 이은주가 분한 ‘수정’과 정보석(배역이름모름-_-)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두 사람의 같지만 다른 경험을 토대로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영화자체가 사실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생각을 토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흑백톤으로 영상이 표현되어 있기도 하다.

첫 번째 파트는 정보석의 이야기이며 두 번째 파트는 이은주의 이야기인데 똑같은 사건이 다르게 설명되어 진다. 즉 같은 상황이 두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각각 개입되어 다르게 표현되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두 파트 간의 경계는 그리 명확하지 않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보고 있는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도록 헷갈림을 부여해주고 있다.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갈수록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오! 수정의 주제는 사랑이다. 하지만 여기서 사랑이란 개념은 러브레터나 동감과 같은 영화에서 표현되어지는 순수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정신적인 차원의 것은 아니다. 히로인 수정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몸을 갈망하는 남자들의 목적, 즉 육체적인 사랑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본인은 이를 거부하려 노력하지만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독특한 구성에 지루하지 않은 전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주제 등... 여러모로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세 번 보았음)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