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인터뷰

사랑을 주제로 한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모아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감독 은석은 우연찮게 영희란 여인의 인터뷰를 보게 되고,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사랑, 인생 이야기에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영희는 은석에게 말한 것처럼 군대간 애인을 두고 있는 미용보조생이 아니었다. 무용을 전공했고 죽은 연인을 따라 자살까지 시도했었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처음부터 거짓말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진실을 밝혀지고 죽었다는 애인의 무덤 앞에서 자기가 예전에 촬영 협조한 영화의 대사라를 똑같이 읊어대는 그녀를 보며 은석은 모든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 은석은 무용을 하던 영희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영희는 거짓말을 했음을 은석에게 고백하고 은석은 그 인터뷰를 위함이 아닌 한 사람의 남자로서 그녀에게 다시 다가가기로 한다.

분위기는 물론 다르지만 색정남녀와 비슷한 설정으로, 영화와 현실을 서로 섞어놓았다. 재밌는 것은 실제로 인터뷰를 한 사람이 200명이 넘으며 영화 속 은석이 만드는 영화의 제목도 인터뷰다.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만들어진 영화진 명확하게 구별이 가지 않는거다.

영화의 전반전은 찍은 인터뷰 화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영희와의 이야기도 어디까지나 녹화된 화면이 중심이다. 그러다가 하프타임 때 은석이 유학시절 찍은 영희의 무용화면이 보여지고 후반전은 인터뷰를 찍어가는 은석과 영희의 모습이 그려진다. 인터뷰 자체는 짧지만 그 배후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구성이 색다르고 화면연출도 감각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나긋나긋하게 흘러간다. 이런 경우에는 마무리를 강렬하게 주어서 졸고 있던 관객을 소스로치게 놀라게 해야 하는데 이 영화의 마무리는 오히려 부실한 편이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은석이 인터뷰를 찍으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걸 영희를 통해 알게 된다는 것이 감독의 의도인 것 같은데 미약하다. 뭔가 딱 부러지지도 않으면서 여운을 남기지도 않는 미흡함이랄까. 결국 시도는 좋았지만 아쉬운 영화. 란 한 줄로 요약이 된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