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4월 이야기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작품이다. 너무 짧은 상영시간과 개봉전 대학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불법복제 때문인지 그다지 인기를 끌진 못했다.

훗카이도에 살던 우즈키란 소녀가 도쿄에 있는 무사시노 대학으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 친구들도 사귀고 서클에 가입도 하고 이웃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도 하지만 정작 그녀가 멀리 도쿄에까지 온 이유는 하나다. 1년전 무사시노로 진학한 야마자키란 선배를 따라 온 것이다. 그녀는 그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가 일한다는 서점을 몇 일씩이나 기웃거리던 우즈키는 결국 그 선배를 만나게 되며 야마자키는 예상 외로 그녀를 알아본다. 그에게서 우산을 빌린 채 집으로 향하는 우즈키, 앞으로 두 사람이 펼칠 이야기들을 암시하는 미소를 그녀의 얼굴에 환하게 그리면서 영화는 여기에서 끝나버린다.

대단히 산뜻한 느낌의 영화이다. 파스텔톤의 흐릿한(?) 화면과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여주인공. 배경을 비워둔 수채화 같다고나 할까. 역시 러브레터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상영시간이 정말 짧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아니라 MBC 베스트극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게다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대부분은 주인공 우즈키의 성격을 묘사하는데 다 쏟아버리곤 정작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여운으로 돌려버린다. 앞으로 어떻게되든 대충 알겠지. 난 몰라 하면서 손을 털어버리는 것이다.

사랑이야기를 다룸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어디서 끊느냐는 문제다. 대부분의 작품은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즉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좀 더 빨리, 좀 더 늦게 끊는 것도 괜찮은 시도라고 본다. 그렇게 따진다면 4월 이야기의 종말은 꽤 깔끔했다. 별 불만없다. 하지만 똑같은 돈 내면서 3분의 1을 손해 본듯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나의 30분을 돌려달라!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