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넘버 3

(두 번째 감상 후 새로 씀)

폭력조직 도강파의 No. 3인 태주(한석규)는 No. 2인 재떨이와 자신을 늘상 괴롭히는 폭력검사 마동팔(최민식), 그리고 시인 랭보(박광현)와 바람을 피고 있는 아내 현지(이미연) 덕분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일명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불사파까지 엉켜서 No. 1이 되고픈 그의 인생에 전후좌우 사방향에서 태클을 거는데... 과연 그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넘버3는 단순히 삼인자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삼류’를 지칭하기도 한다. 감독은 태주와 동팔의 대화 속에서 이런 삼류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견해을 피력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잘 부각되지는 않는다.

분명 코믹함을 가미한 생각 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각 캐릭터들의 무시무시한 매력에 눌려 그 ‘생각’이 전면에 드려나지 못하는 것이다. 첫째 이유는 ‘최영장군’을 부르짖는 불사파 두목의 코믹연기, 둘째는 입만 벌면 욕을 해대는 폭력검사의 최민식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석규는 튀지 않는 연기로 극을 뒷받침해주지만 이들 두 사람의 활약이 너무 인상깊다보니 영화는 그저 온 국민을 열광케 했던 유행어 ‘뚜..뚜벅뚜벅 걸어가~’와 ‘죄과 무슨 죄가 있어~’를 배출해낸 영화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이에 낙심해서인지 송능한 감독은 다음 작품인 세기말에서 순도1000%의 진지함과 무거움으로 무장하고 나와버린다.

암튼 한국 영화를 이끌고 있는 세 거물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쁜 마음으로 볼 수 있던 영화였다.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 땐 이들이 이렇게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될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는데... 아무튼 이들은 이후 쉬리에서 한 번 더 손을 잡은 후에는 갈라져서 각각 한 영화의 주연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한석규는 텔미썸딩, 최민식은 해피엔드로, 송강호는 JSA로.

이들이 같이 출연하는 작품은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붓지 않는한 말이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