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해피엔드

IMF 시대 실직가장과 바람 피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남편. 어찌보면 극단적인 주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소재로서는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 티비를 틀어보면 불륜을 이야기하지 않는 아침드라마가 없으며 부부간의 살인도 아홉시 뉴스에서 종종 접했기 때문인지 색다르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세상이 타락하긴 했나보다.

아무튼 정지우 감독은 이런 드라마에나 어울릴법한 주제를 영화용으로 각색하기 위해 몇 가지 자극적인 요소를 삽입한다. 슈퍼스타 전도연의 배드신과 처량하기 그지 없는 최민식의 연기, 잔인한 살해장면 등. 결국 이것들이 관객에게 먹혀들어 서울관객만 50만 명을 넘기는 흥행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서, 그것을 제외한다면 뭐가 남을까.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해보면 관객몰이용 자극을 만들어놓고 그위에 줄거리를 덧입혀놓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자극만이 남아있는 영화, 그것이 해피엔드이다. 아직 불륜이란 소재가 내 맘 속 깊은 곳에 와닿지 않기 때문일까? 아기에게 수면제까지 먹이곤 남자를 만나러 나가버리는 아내와 바람피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오히려 숨어버리는 남편의 모습... 아직 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일까?

불만이 이래저래 많긴 하지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적절한 자극 등으로 시종일관 긴장하며 재밌게 볼 수 있던 영화였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