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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1 13:33

[2000]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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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은 2000년에 개봉한 영화로 청룡영화제와 대종상을 휩쓸고 제53회 칸영화제에서는 감독주간에 선정되기도 한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인영호’(설경구) 7, 80년대의 한국이라는 험난한 시대적 상황을 거치면서 몰락에 이르는 안타까운 과정을 역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객은 절망 끝에 죽음을 택하는 영호로부터 20년 전 순수한 첫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던 영호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일곱 가지의 여정을 통해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이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는 이를 다시 역으로 돌려 시간대별로 박하사탕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980년의 영호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청년이었다. 동료들과의 소풍 자리에서의 영호의 눈빛에는 한 점 때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순임이라는 여성이 점차 다가오고 있었다. 박하사탕이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그시대의 방해만 없었더라면 영호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군대를 가게 되고 이 때부터 상황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다. 하필이면 그 때 한국은 민주화 운동과 군사정권의 탄압이 초고조에 이르었던 시기. 게다가 영호는 1980년의 광주에서 복무하고 있었다. 긴급하게 울려지는 비상출동의 사이렌. 아직 서투르기 그지없는 이등병 영호는 고참들의 호된 질타 속에 겨우 출동하는 차량 위에 오른다. 그런데 차량 먼지 속에서 보여지는 것은 영호에게 면회를 왔다가 그냥 되돌아가는 순임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그녀를 부르지 못한다.

   그리고 총성이 울러퍼지는 진압의 현장. 오발에 맞아 부상을 입은 영호는 실수로 동네 소녀를 쏘아죽이고 만다. 영호는 미안함에, 당혹감에 소녀의 시체를 부여않고 정말 서럽게도 운다. 이 때 이미 영호의 정신은 부서졌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 시대가 흘렀다. 영호는 기이하게도 강력반 형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직은 순수함이 남아있어서인지 고문하나 제대로 못하는 얼치기 형사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 그에게 순임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억지로 마음 속에서 밀어내어버린다. 자전거를 타고 마당을 수십번 돌면서 그의 마음 속에 든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때는 1984년 가을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영호는 어느새 냉혹하고 악독한 형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 그에게 고문의 임무는 오히려 쾌락인 것처럼 보인다. 순임을 밀어내고 택한 홍자.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영호는 이미 알고 있는듯하다. 그리고선 잠복근무 중 어느 매춘녀의 품안에서 그는 또다시 서럽게 울어젖힌다. 순임의 이름을 부르며.

   다섯 번째 이야기. 하지만 영화에서는 세 번째 이야기다. 제목은삶은 아름답다’. 형사일을 그만두고 가구점 사장이 되어있는 영호는 종업원과 바람을 피고 있고 홍자는 운전강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모든 것이 엉망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삶은 아름답다’.

 

   과연 그런 것일까.

   다시 세월은 흐르고 영호는 직장도 없고 홍자에게까지 버림받았다.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처절한 모습. 그런 그가 다시 순임을 만나게 된다. 죽음을 앞두고 초췌한 모습의 순임을. 그리고 사흘 후 그는 20년 전 순임과 소풍을 왔던 자리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전혀 바뀌지 않은 듯한 주변의 경치. 하지만 영호는 너무도 변해 있었다.  술에 취한 듯 난동을 부리던 영호는 철로 위에 서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기차 앞에서 울부짖는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순간이다

 

   일병 휴가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에 영화보는 것을 즐겨하지는 않지만초록물고기를 통해 괜찮게 생각했던 이창동 감독의 새영화가 나왔다길래, 그리고 각종 매체를 통해 워낙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들었기에 휴가 중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어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영화는 주인공 영호의 술주정으로 시작되었다. 왠지 억지스런 주인공의 오버에 진부함이 느껴졌다. 그다지 깔끔하지 않은 출발인걸... 하지만 기차 앞에서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영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 영화가 절대 만만한 영화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연 그랬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나의 발걸음을 꽤나 무거웠었다. 우울했으며 가슴이 답답하였다. 과장이 아니라 다른 볼일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의 무거워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버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접해온 어떤 영화, , 음악 등의 대중예술도 이런 식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물론 소설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고 정말 재밌다고 느껴본 적도, 운 적도 있으며 한껏 화를 낸 적도 있고 웃겨서 방바닥을 떼굴떼굴 구른 적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희노애락의 감정이 아닌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기분을 준 것은 박하사탕이 처음이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 후 난 케이블 티비 등을 통해 이 영화를 세 번 정도 더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중반정도까지만 보다가 어김없이 체널을 돌려 버렸다. 도무지 영호의 시간여행에 다시 참여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아서이다. 무섭고 두렵다고나 해야할까. 다시 그때의 무거운 심정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해야할까.

   나는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났기 때문에 12.12라든가 신군부의 독재 및 80년대 광주항쟁을 비롯한 각종 민주화 운동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는 못하였다. , 다른 386세대처럼 영호와 공통된 기억을 가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영호를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은 일종의동질감이었다. 단순히 제 삼자를 바라보고 느끼는 동정심이라든가 안타까움이었다면 그것은 단지 피상적인 감정일 뿐 본 이토록 내 중심을 건드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영호처럼 급박한 사회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와 같이 시대의 흐름 속에 처참하게 깨어지고 부서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그를 통해서 느끼는 동질감은 단순히 격정의 80년대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아닌, 세월의 흐름에 덩달아 퇴색해가는 과정에의 동질감이다. 나는 어떠한가라는 자문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처럼 자꾸만 원치 않는 변화 속에 휩쓸리고 있지는 않은가. 약간의 저항도 해보지만 결국은 순응하고마는 그런 모습이 아닌가. 영화 속 영호는 자꾸 나에게 되묻는듯했다. 그치만 이제와서 돌아갈 순 없다. 이건 영화가 아니니까.

   참으로 많은 생각을 내게 남겨준 박하사탕. 누군가 내게 최고의 영화를 묻는다면 난 주저하지 않고 이 영화를 꼽는다. 아마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가 걸어온 길, 그리고 우리가 걸어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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