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세상의 모든 아침

음악영화.

비올이란 악기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영화 끝날 때까지 저게 바로 비올라구나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참으로 클래식에 무지한 나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비올과 비올라는 다르다-_-;) 영화 속에서 자주 들리던 '슬픔의 무덤'이나 '꿈꾸는 소녀'와 같은 곡들을 들으며 알게된 비올은 단지 무겁고 낮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진지했고 슬픈 음이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애절하게 떨리는 듯한 가냘픔도 느껴졌다. 음이 낮다고 해서, 느리다고 해서 답답함이나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연주에 비해 날카롭고 현란한 기교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무게가 있었고 뼈가 있는 듯 하였다.

음악은 좋다. 그러나 영화 자체는 음악만큼 좋진 않다. 줄거리는 진부했으며 전개는 지독스레 느리면서 군데군데에서 띄엄띄엄 끊어진 듯한 어색함도 보여주었다. 감독은 '음악'이라는 주제를 매우 심도있게 다루려고 한 것 같은데 과연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 사람은 몇이나 될지 의심될 정도로 어렵기만 하다. 극중 쌩뜨 꼴롱브는 제자인 마랭에게 '넌 훌륭한 연주자이긴 하지만 음악가는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마지막 두 사람의 연주와 늙은 마랭 앞에 나타난 스승의 위로는 그가 결국 '음악가'의 위치에 올라선 것을 암시하여 주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사나 연주는 마치 내 머리 위에서 떠다니는 듯하여 결국 나로서는 도저히 끼여들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과연 음악가와 연주가는 다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를 양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긴다. 혼신을 다해서 악기를 놀리는 연주가가 단지 정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해서 음악가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너무 어려운 주제인 것 같다.

극중 젊은 시절을 마랭을 연기한 배우와 늙은 시절의 그를 연기한 배우가 부자지간이라는 점은 재미있는 점이었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