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간첩 리철진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남파된 간첩 리철진(유오성),

슈퍼돼지 유전자 샘플을 훔치는 것이 그의 임무이다.

그러나 재수없게도 그는 남한에 잠입한 첫날에 4인조 택시강도에게 걸려

가지고 있던 짐들을 모두 빼앗겨버리고 만다.

어렵게 만난 고정간첩 오선생(박인환)은 빈털터리로 온 그를 보며 어처구니 없어하고.

일단 리철진은 오선생의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그 와중에서 그는 같이 훈련을 받던 친구를 쏘아죽여야만 하는 슬픈 임무를 이행하기도 하고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헤매기도 하며, 오선생의 딸 화이(박진희)의 따뜻한 배려에

애정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임무를 부여받은 간첩,

오선생의 도움 하에 어렵사리 작전을 수행해간다.

과연 그는 성공할 것인가.

분명 코메디영화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웃기기보단 슬프다.

사람들의 눈에 공포의 대상으로만 인식되어왔던 간첩,

그러나 그 간첩의 눈에 보여진 서울은 더욱 큰 무서움을 가져다 주는 존재였다.

남의 것을 함부로 갈취하는 강도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회,

어린 고등학생까지 강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 필살의 수단을 연마해야만 하는 사회,

친구를 죽여야만 자기가 살 수 있는 사회...

어쩌면 장진 감독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간첩이 무섭냐? 근데 이거 알아?

지금 니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란 놈은 것보다 몇 배나 무서운 놈이야’ 라고.

(이런 글 썼다고 잡혀가는 건 아니겠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