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쉘위댄스

40대 초반에 벌써 자기집을 소유하고 직장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던 스기야마는 어느날부터인가 퇴근길 전철 창으로 보이는 전경에 주목하게 된다. 늘 같은 시간에 어느 댄스 교습소 창으로 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한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그곳으로 향하게 한 스기야마는 얼떨결에 수강신청을 해버리고 생각에도 없던 볼륨댄스를 시작하게 된다.

그의 속 마음을 눈치챈 문제의 여인 마이에게서 심한 냉대를 받기도 하지만 어느새 댄스 자체에 깊이 빠져버린 그는 진정으로 춤을 즐기게 된다. 실력향상은 당연지사, 순탄했지만 무의미했던 그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 질적으로 풍요로와지기 시작한 것이다.

댄스자체에 의의를 잃고 방황하던 마이도 스기야마의 열정에 감동을 받고 적극적으로 그를 돕고 스기야마는 같은 교습소의 아줌마 도요코와 함께 댄스대회까지 출전하게 된다. 이윽고 대회날, 훌륭한 실력과 팀웍으로 멋진 무대를 만들어나가던 스기야마의 눈앞에 모든 것을 비밀로 했던 아내와 딸이 갑자기 나타난다. 그들은 남편의 갑작스런 변화에 의심을 품고 뒤를 밟은 것이었다. 순간 스기야마는 당황하고 춤은 엉망이 되어 버린다.

상심을 하고 댄스를 그만두기로 한 스기야마는 교습소도 관둬버린다. 영국으로 가는 마이의 환송파티 역시 가지 않고 여느때와 같이 집으로 향하는 스기야마. 그의 눈이 향한 댄스교습소의 창문에 적혀 있던 한 마디는 그의 마음을 돌이켜 파티장으로 향하게 한다.

‘Shall we dance, 스기야마’

헐떡이며 파티장에 도착한 그에게 마이는 춤을 청하고 둘은 멋진 작품을 연출한다.

긴 런닝타임이 전혀 지겹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 있게 잘 연출된 작품이다. 줄거리 자체가 워낙 훌륭했고 스기야마의 연기력에다가 교습소동료, 직장동료, 가족, 형사 등 많은 조연들이 적절하게 연결되면서 괜찮은 영화 하나를 만들어 냈다.

여운도 많이 남고 감동적이면서도 유머와 재미도 있다. 드라마로서 이 정도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 않나 싶다. 눈에 쌍심지를 달고 비판할 건덕지를 찾는 나로서도 흠 잡을 때가 거의 보이지 않는 영화였다. 스기야마와 같은 40대에 이 영화를 본다면 좀 더 다른 관점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대된다. 그때가.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