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의 인생은 참으로 각박하다. 열여섯의 나이로 열 살짜리 어린애에게 시집온 후 10년이나 극진히 시댁을 모셨지만 유학 후 신여성과 사랑에 빠져버린 남편에게 버림받고 집을 나와버린다. 옹기장이에게 어이없이 보쌈을 당한 후 그의 순수한 마음에 반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지만 남편은 그녀에게 줄 분(화장품)을 구하다 어처구니 없이 죽어버린다. 또 다시 혼자 살던 중 좀도둑질을 하고 있는 어린 모자를 발견하여 돌봐주다가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떠맡아 키우게 되어 버린다. 졸지에 애엄마가 된 신세. 이윽고 많은 세월이 흐르고 어느새 장성한 아이를 바라보며 다사다망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힘겹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순이는 험난한 세월에 이리저리 치어온 한국여성들의 모습이며,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그토록 어려웠고 힘들었었다.
대외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새로울 건 없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듯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하나로 엮은 모양이라고나 할까. 줄거리 자체가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다. 너무도 한국적인 영화, 그래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별점: ★★☆☆☆☆>
보쌈한 후 무릎꿇고 비는 기술에 순이는 넘어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