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가을의 전설

더할 나위 없이 친하게 지내던 삼형제는 어느날 막내가 약혼자인 수잔나를 집에 데려오면서

  파경으로 치닫는다. 모르는 사이에 눈이 맞아버린 둘째와 수잔나. 그들을 도와주기로 하듯 막내는

  그만 전장에서 죽어버린다.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트리스탄은

  어느새 수잔나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이보다 앞서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가

  거절당한 알프레도는 원망을 간직한 채 도시로 떠나 버린다.

  여기까지는 괜찮은 전개, 근데 갑자기 이야기는 험악해진다.

  트리스탄은 갑자기 집을 떠나 항해를 시작한다. 수년간이나. 기다리다 지친 수잔나는 하원의원이 된

  알프레도와 결혼하고 3형제의 아버지는 첫째와의 다툼 후 중풍으로 실어증에 걸려 버린다.

  전쟁과 한 여인이 행복했던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끈 것이다.

  이윽고 별 이유없이 떠났듯 별 이유없이 돌아온 트리스탄은 수잔나에게 별 미련 없는 듯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형과 반대되는 위치에서 금주법을 어기고 술을 유통시킨다.

  어느날 추격해온 경찰의 오발탄에 맞아 죽어버린 아내의 복수를 한 트리스탄은 자신도 죽음에 직면하지만

  형의 의해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 전에 수잔나는 트리스탄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관하여

  이미 자살한 뒤였다. 이로써 두 형제 사이를 막아놓았던 담은 허물어지고 트리스탄은 다시 자기

  갈길을 찾아 떠나간다.

  도대체 그는 왜 집을 떠났다가 돌아왔으며 왜 수잔나를 빼았았다가 버렸다가 다시 찾아갔다가 포기했으며

  왜 형을 물먹이려고 했으며 왜 변방에서 곰과 싸우다가 생을 마감한 걸까?

  서술자의 말대로 그가 가슴속에 ‘곰’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건 좀 무리가 있다.  

  트리스탄은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처럼  광기어린 인물로 보여지나 마땅한 인과성과 일관성에

  구속되지 않은채 갈팡질팡한다.

  결론이다.  '전설'이란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가을의 남자', '가을의 삼각관계' 정도가 어울린다.

  이게 전설이면 내 인생은 신화다. (설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