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불멸의 연인

불멸의 연인은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단순히 어릴 적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대기를 묘사하기 보다는 그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특이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베토벤이 유언장에 남긴 상속자 정체모를 '불멸의 연인'. 그녀를 찾아헤매는 친구 쉰들러와 그가 만나는 세 명의 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베토벤의 인생이 회상형식으로 그려진다. 최고의 음악가로 불리우는 베토벤이지만 그의 삶은 어두웠고 무거웠다. 귀가 먹어서 괴로워하기도 하고 음악적 실패에 좌절하기도 하며 늘 그를 옭아매었던 가족문제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상처받고 비틀거리며 독하게 살아왔던 그에게 신은 베토벤이 '나의 모든 것, 나의 천사, 나의 분신'이라 절절하고 부르짖었던 '불멸의 연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슬픈 이야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지금까지 영화 속에서 들었던 곡들중 최고라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도 아름다웠고 감동적이다. 실패와 좌절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간단한 피아노 독주곡로부터 장엄한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왜 그가 천재라고 불리는지, 최고라고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음악이 워낙 좋은 탓인지 영화적 완성도도 나쁘지 않다. 서술형이 아닌 추리형식을 취하고 시간적 순서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으며 배우들의 연기나 이런 저런 장면의 연출 또한 괜찮았다. 다만 주연을 맡은 게리 올드만이 베토벤의 이미지와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은 아쉬운 노릇이다. 조금 마른 탓에 가볍게 보인다고나 할까. 제5원소의 괴팍한 헤어스타일을 한 악당 두목을 생각해보라. 그가 바로 게리 올드만이 아닌가.또 하나 아쉬운 점은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제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가 베토벤의 음악보단 사랑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반할 만한 그의 음악들의 제목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