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내 마음의 풍금

시대는 1960년, 배경은 한 산골 동네, 주인공은 뒤늦게 국민학교에 다니게 된 열 일곱 살 소녀 홍연(전도연)이다. 이야기는 홍연의 학교에 멋쟁이 총각선생님 수하(이병헌)가 부임함으로써 전개되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대충 예상되겠지만 홍연은 수하에게 (아주 당연히) 한눈에 반해버린다. 물론 젊고 세련된 선생님은 촌스런 산골소녀에게 별 관심 없을 테니 영화는 외기러기 짝사랑이야기로 펼쳐진다.

일단 전도연에게 백 점주고 시작하자. 연기 무척 잘한다. 특유의 코맹맹이 목소리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시켜보니 어울리지 않는 역이 없다. 과연 이 여인네가 과연 해피엔드의 요부와 동일인물인가. 연기도 연기지만 대단한 자신감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그 전의 역과 비교할 것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상반된 역을 맡아낸 것은 연기에 대한 자부심이 없더라면 할 수 없는 일일 테다.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러나 이왕 할 거면 홍연역을 정말 열 일곱 살짜리 소녀에게 맡겼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잘만 캐스팅 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흥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도연이 농촌소녀 연기했다고 극장으로 몰려들 관객은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이병헌에게도 점수를 후하게 주자. 런어웨이, 지상만가 등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망하지 않은 영화가 하나도 없다는 진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연기력만큼은 결코 떨어지는게 아니다. 다만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요행이었는지 눈이 좋아진 것인지 흥행작을 잘 골라내었다.

영화 자체에는 점수를 많이 주지는 못하겠다. 우선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1960년대의 사실적인 재현은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나로썬 별로 공감가는게 없고, 산골소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한 20년쯤 지난 후에 1980년대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영화가 나온다면 그 때는 영화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