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나와서 뒷통수가 땡기는 경험을 한 것은 씬레드라인이 처음이었다.
전쟁영화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플래툰이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다르다.
화려한 총격씬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전쟁의 참혹함이 전면에 내세워지지도 않는다.눈물나게 감동적인 모습 역시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전쟁’,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두 주제를 결합시켜 산문시를 하나 쓴 듯한 기분이다. (끝없는 나레이션이 이를 증명해준다)
17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화는 한없이 느리며 그런 와중에 끊임없이 메시지를 관객들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철학적인 관념에는 무척이나 무지한 나의 머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튕겨내고만 있었다. 영화를 본 후 내가 두통에 시달렸던 것은 아마 이때 발생한 물리적, 정신적 자극 때문이었으리라.
나이가 좀 더 먹은 후, 삶과 죽음에 대해 철학적 견지를 갖추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본다면, 가느다란 빨간 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별점: ★★☆☆☆☆>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좋은 비교가 되는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