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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누구인가 - 제3편: 선택

문★성 2010.01.24 12:48 조회 수 : 173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무려 두 달 만에 다시 연재하게 되었다.
그간 독서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글도 일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써오지 않았기 때문에 필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나,
그렇다고 언제까지 난설란을 텅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독자 여러분의 무한한 양해를 부탁 드리며 글을 이어갈까 한다.

자, 이 시리즈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알아가냐라는, 방법론상의 문제이다.
그 첫 번째 답으로 지난 편에서 제기했던 것이
내가 쓰는 돈과 시간이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는 것인데,
앞의 내용과 얼핏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또 하나의 관점인 '선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결정하는 모든 선택들이 나를 규정한다는 소리다.

예전에 심리테스트가 한참 유행할 때
이런 낚시 떡밥 같은 테스트가 있었다.

문제1. 당신은 콜라가 좋습니까 사이다가 좋습니까?
문제2. 당신은 짜장면이 좋습니까 짬뽕이 좋습니까?

이 때, 1번 문제의 답으로 콜라를, 2번 문제의 답으로 짜장면을 고른다면
답은 이런 식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다.  


‘네. 당신은 콜라와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허망하지 않은가? ‘당신은 소심한 사람입니다’,
‘부끄럼이 많으나 강한 사람입니다’ 류의 답을 기대했던 사람들로서는
뒷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배경이론 없이
괜히 심오해 보이는 설명들만 주억거리는 패션잡지의 심리테스트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분명하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나는 짜장면을 짬뽕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하나만큼은
직접적으로, 확연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크고 작은 선택들은 부분적으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마련인데, 이런 선택들이 모인다면 어렵잖게 당신이라는 사람의 윤곽을 만들어낸다.
한 줄로 줄여보자면 당신의 선택이 곧 당신이다.

지난 번에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난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바는 절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믿는다.
주위를 보면, 너무도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 있고
지나치게 자신을 까내리는 사람도 있는데,
전자의 경우 자신을 늘 판단력이 우수하고 명석하며
두뇌회전이 빠르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들과 많은 접점들을 만들어내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무수히 볼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을 약하고 소심하다고 보는 사람도
의외로 강하고 능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즉,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드러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는 자신이 믿는 대로,
꼭 그만큼만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는 거다.
어릴 적의 어떤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자신을 안 좋게 보게 된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문제아로 바라보며,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격려 등으로 많은 인정과 칭찬을 받아온 사람은
실제의 내실과는 상관없이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식’의 문제일 뿐,
‘진실’과 꼭 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은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서 유추되는 것이 옳다.

심리테스트의 많은 문항 중 ‘나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일한다’라는
항목에서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를 체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에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아니하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나는 남들과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에서
‘그렇지 않다’를 체크한 사람은, 실제로 사람들과 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같이 우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서
결정하는 것이 우리를 말해준다는 것인데,
이러한 결정들을 우린 '선택'이라 부른다.

한 번 기억해보자.
당신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잠시 접어두고,
최근 6개월 동안, 혹은 한 달 동안 당신이 어떠한 선택의 상황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행동해왔는지를 말이다.
버스에서 자리에 앉아서 가고 있는데
등이 굽으신 할머니가 타신 것을 보고 짐짓 자는 척을 하지는 않았는가?
자신의 실수가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 짓이라고 둘러대지는 않았는가?
동료들과 모여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나누진 않았는가?
피다 만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리고 커다란 가래 한 조각을 떨구어내지는 않았는가?
그게 당신이다. 당신이 뭐라고 하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말이다.


자, 그럼 응용을 한 번 해보자.
우리의 선택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설명이 맞다면,
자신을 바꾸는 것, 좀 더 좋은 사람, 좀 더 멋진 사람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 또한 명확해진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을 하면 된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멋진'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들이 마음 속에 있을 것인데,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선택의 순간에 그 이상향에 부합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 선택이 우리를 바꾸어 주는 것이다.    

정의롭고 싶다면, 불의의 유혹 앞에서 분연히 노! 를 외치라.
용기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가만히 묻어가고픈 상황에서 손을 번쩍들고 외치라.
그 한 번의 선택이 당신을 바꿀 것이다.
그 한 번의 선택이 당신을 만들 것이다.

실제의 자신이 그렇게 정의롭지도 않고 용기있지도 않다면,
그런 선택을 할 때마다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선택들을 매듭지고
그로 인한 결과들을 감당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 선택을 내리는 바로 순간.
그 선택에 합당한 모습으로 당신은 이미 변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선택이,
바로 당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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