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방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을 들으면서 쓰는 ‘함부로 말합니다’ 마지막 편입니다. 그 동안 시청, 아니 클릭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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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자자. 또 한 달을 기다렸네요. 오늘은 정말 끝이죠? 마지막이죠?
문성: 네. 그 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말씀대로 오늘로써 이 시리즈는 마무리 짓도록 하죠.
태희: 그냥 이 시리즈만 마무리 짓지 말고, 이 참에 절필선언 같은 거 하면 어때요? 만날 글 써도 별로 안 느는 것 같은데……. 아래 올린 핫싼씨도 길기만 길었지 별 재미 없더라고요. 웃음 포인트도 없구.
문성: 그간 한의원 가서 침술이라도 배우고 오셨는지 말씀이 아주 따끔따끔 하네요. 아무튼 이 글로 태희씨도 영영 굿바이니 제가 참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구요.
태희: 히히.
문성: …….
태희: 왜 가만히 있어요?
문성: 그냥 지금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그냥 독백으로 써도 아무 문제없는 포맷이잖아요.
태희: 남자가 소심하기는……. 자, 각설 그만하고 시작해볼까요?
문성: …….
태희: 쓸데없는 줄 삽입해서 분량 늘이지 마세요. 오늘은 가뜩이나 량 많다면서요?
문성: 아. 들켰군요.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태희: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잠시만요. 예전 글 잠깐 읽고 올게요.
문성: …….
태희: 응. 찾아보니까 저더러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살되, 한 가지 더 얘기할 것이 있다고 하셨어요.
문성: 맞아요. 저도 이제 기억나네요. 태희씨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의 길이라고 말씀 드렸었죠?
태희: 딱히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았는데…… 대략 문맥은 비슷한 것 같네요.
문성: 네. 그 말이 그 말인 거죠.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조금 첨언해보죠. 태희씨도 공감하겠지만 요즘 참 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경제도 엉망이라 먹고 살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사방에서 우릴 짓누르는 압박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그 중에서도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의 압박’이 아닌가 해요. 부자가 되어라, 더 아름다워지고 더 멋있어져라.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라,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라, 꿈을 이뤄라 등의 각종 번드르르한 문구들이 안 그래도 살기 벅찬 우리를 한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게 등 떠밀고 있지 않냐는 거죠.
태희: 맞아요. 안 그래도 그런 것들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는단 말이에요. 하도 쪼아대니까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문득 내가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하구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면 내가 엉망으로 사는 것 같기도, 시대에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문성: 태희씨는 자극 좀 받아야 되어요. 너무 노시니까요.
태희: …….
문성: 그냥 해 본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일단 자기계발은 당연히 좋은 것이죠. 꿈, 목표, 가치관, 시간관리…… 이런 것들 역시 나쁘다고 말할 사람 없을 거예요. 어찌 보면 우리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꼭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거창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그걸 이뤄야만 잘 산다고 공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에요. 지난 편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대가를 치를 자신이 없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태희: 네. 기억나요.
문성: 그래서 다시 말씀 드리지만, 남들이 뭐라 하든지 간에 신경 쓰지 말고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거예요.
태희: 그렇다면, 말씀하신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은 뭐죠?
문성: 오늘 호흡이 잘 맞네요.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얘기할게요. 그 한 가지는 그 ‘마음 내키는’ 것이 남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태희: 말씀이 좀 어려워요.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문성: 걱정 마세요. 설명은 이제부터니까. 태희씨,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사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예요?
태희: 이건 쉽네요. 바람의 딸 한비야씨요.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세계 여기저기 여행하며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는 인생, 너무 부러운 거 있죠.
문성: 좋아요. 그럼 이건 어때요? 태희씨 주위에 혹, 음, 어떤 예를 들면 좋을까나…… 좋아요, 예를 들자면, 좋은 핸드백을 사는 것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태희: 네. 있어요. 딱 떠오르네요. 엄마 친구 중에서는 루이비통 백만 오십 개 넘게 가지고 있는 분이 있어요. 아주 같잖지 않다니까요. 지난 주에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는 글쎄, 저보고 “태희 너는 무슨 그런 가방을 들고 다니니? 네 엄마가 그거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디?” 라고 하시면서 자기 백이 얼만지 자랑하시는 거 있죠? 살이 뒤룩뒤룩 쪄 꼭 걸어 다니는 대웅전 본존불상 같은 꼬락서니를 해가지고서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문성: 그 분은, 마음에 내키는 대로 사시는 분일까요, 아닐까요?
태희: 마음에 내키는 대로 사는 거겠죠, 당근.
문성: 그럼 그 분은 잘못 사시는 걸까요?
태희: 네. 제가 보기엔 아주 잘못 사시는 것 같아요.
문성: 한비야씨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살지만 잘 사는 것이고?
태희: 그야 그렇죠.
문성: 짜잔. 여기에 함정이 있는 거죠. 과연 태희씨 말대로일까요? 한 번 생각해보자구요.
태희: 왜요? 누가 봐도 답은 나오잖아요. 한비야씨와 그 불상 아주머니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걸요.
문성: 말씀 그대예요. 두 사람은 ‘비교조차’ 되지 않아요. 너무 차이나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교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고, 그 고민 끝에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결정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는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며 우리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태희: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냐, 아니냐?
문성: 그렇죠.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릴 때는 주로 어른들의 결정에 좌우 받고, 커서는 매스컴과 문화에 의해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생각해서 이것을 하겠다, 저것을 하겠다가 아니라 부모님과 선생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혹은 매스컴과 문화가 종용하는 방향으로 휘청휘청대다가 결국 죽을 때까지 자기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다는 겁니다.
태희: 매스컴과 문화, 이건 잘 이해가 안 가요.
문성: 지금 핸드폰이 뭐예요?
태희: 왜 뜬금없이…… 보세요. 이거예요. 요즘 새로 나온 풀터치폰이에요.
문성: 아 그거 TV 광고에서 봤어요. 꽤나 비싸다고 들었는데. 그거 왜 사신 거예요?
태희: 왜 샀냐면, 이게 최신이기도 하고, 기능도 좋고…… 그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이왕 사는 것 진짜 괜찮은 걸 사고 싶었어요. 이게 있으면 내가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시다시피 요즘은 핸드폰이 가방이나 구두 못잖은 패션 아이템이잖아요. 젊은 저로서는 이왕이면 좋은 기종을 사지 않을 수 없죠. 그러는 당신도 재작년에 신제품 샀다고 희희덕 하셨잖아요?
문성: 저는 자전거 여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무튼 묻고 싶은 것은, 그 핸드폰을 원하게 된 동기가 어디서 나왔냐는 거예요. 태희씨 스스로가 그것을 사야된다는 동기를 느끼신 것 같으세요, 아니면 누군가가 태희씨 마음 속에 심어준 것 같으세요.
태희: 당연히 제가 선택을…… 음, 아니 것 같네요. 광고 때문이 아닐까 해요. 특히 꽃보다 남자 주인공들이 광고에서 이거 들고 나와 시익 웃는 걸 봤을 때, 딱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게 말씀하신 매스컴과 문화인가요?
문성: 정답.
태희: 인생도 마찬가지구요?
문성: 그럼요. 의사가 되어라, 돈 많은 남자를 만나라. 결혼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라, 회사는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다…… 이런 것들 역시 매스컴과 문화가 강요한 철학이죠. 의사가 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녜요. 자기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한 다음 나는 병을 고치는 것이 적성에도 맞고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릴 후 그 길을 택했다면 그건 정말 잘한 일이죠. 대신 사람 피 보는 것도 싫고 병원 소독약 냄새도 지긋지긋하게 싫은데 우리 나라는 의사가 되면 성공했다고 쳐주니까, 다들 공부 잘하면 의대로 가는 분위기니까 그에 편승해서 인생의 방향을 정한 것이라면, 그건 잘못 방향을 잡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앞에서 언급한 ‘자기계발의 압박’ 역시 요즘의 매스컴과 문화가 우리 어깨에 짐 지운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 내 인생에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또 부족하니까 이쪽을 보완,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 끝에 하는 자기계발은 의미가 충분하지만, 다들 학원 다니고 뭔가를 공부하니까 불안해서 자기 인생에 한 번 써먹을 일조차 없는 것을 억지로 배우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끌고 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이 심어준 철학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아무 생각 없이 주위 사람이 시키는 대로, 혹은 상업문화에 찌들다 못해 아예 좀비가 된 대중의 흐름에 동참하는 게 얼핏 쉬워 보이고 편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 누구에게나 옳은 길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또한 태희씨도 아시다시피 그 어떤 사람도 자기들의 충고나 조언에 책임을 져주지는 않아요.
태희: 맞아요. 제가 남자 사귈 때마다 걔는 별로다, 헤어져라 잔소리하는 친구들, 정작 저한테 소개팅 한 번 안 시켜주더라고요. 정작 눈물콧물 다 쏟으며 헤어진 후 후회하는 건 저구요.
문성: 세상이 원래 그래요. 그러니 그럴수록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여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철학을 완성해나가야 하는 거죠.
태희: 그럼,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삶의 철학이 ‘루이비통 백을 사는 것이 내 인생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나오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문성: 맞아요.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죠.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갖추고 이를 견지하면서 살되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히틀러나 스탈린 역시 진지한 고민 끝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지만 인류에 큰 폐를 끼쳤잖아요. 더 말할 것도 없이 이건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태희씨가 말한 핸드백 아주머니 역시 핸드백들을 사기 위해 사기를 쳤다거나 고리대금을 운영했다거나 큰 빚을 져 가족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거겠지만, 자신이 가방들을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데 쓸 돈을 아끼고 아껴 하나씩 사 모은 것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봐요. 물론 다른 사람들을 가방으로 평가하는 편협한 기준은 잘못된 것이겠지만요.
태희: 알겠어요. 이해가 가네요.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죠?
문성: 지난 편에서 드린 말씀과 동일해요. 좋으실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면 되겠죠. 다만 더 고민해보세요. 태희씨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그런 일들을 하려고 할 때 들어갈, 노력을 위시한 각종 비용들, 그리고 그런 일들을 포기할 때의 기회비용까지도. 육 개월이 되어도 좋고, 일 년이 되어도 좋으니까 내 인생에 지금까지 이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각 많이 해보세요.
또 직접적으로 모두 경험해볼 수 없으니까 책을 항상 읽으시고 주위 사람들 얘기도 많이 들으세요. 많이 읽고 듣되 항상 비판적으로 들으셔야지 곧이곧대로 모두 받아들여서는 안 되어요. 아까 말했듯 책의 저자들이나 태희씨에게 충고하는 사람들은 이래라 저래라 말만 하지 그 이후의 삶은 절대 책임져주지 않거든요.
하여간 그러한 고민과 인생공부를 충분히 하신 다음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시면 됩니다. 결정은 태희씨 혼자만의 것이기에 당연히 그 결과 또한 태희씨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테죠.
태희: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씀은 지금 당신의 말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말이 되는데요.
문성: 그렇군요. 좋아요. 지금 제가 한 말도 비판적으로 소화하시면 되겠습니다. 저 역시 태희씨의 인생, 잘못된다고 책임져줄 사람 아니니까요.
태희: 네. 그 편이 차라리 쿨하고 좋네요. 좋아요, 한 번 고민해보도록 하죠. 혹, 몇 달 뒤에 저더러 다시 이 자리 와서 무슨 고민했는지 발표하라고 시키시고 9편 이어가실 생각 아녜요?
문성: 아니요. 방법을 가르쳐드렸으니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겁니다. 부디 잘 하시길, 부디 행복하시길 빌어요.
태희: 하나만,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문성: 뭔데요?
태희: 이런 말 하는 당신은, 어때요? 잘 살고 있나요? 행복하나요?
문성: 음…….
태희: 말해봐요. 어떤지.
문성: 제가, 왜 이 시리즈 연재했는지 혹 아세요?
태희: 글쎄요, 제가 알리 없죠.
문성: 지금 이 시점에서의 제 인생관을 한 번 정리해보기 위해서예요.
태희: 인생관? 푸훗. 너무 진지한 것 아녜요? 하긴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인생관’이란 단어로 정리가 되긴 되네요.
문성: 인생관이라고 하니 진지해 보이긴 하네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해보려 했다, 면 좀 나을까요? 여하튼 말 이어갈게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을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잖아요. 스무 살의 저와 지금의 제가 같을 수고 없고, 또 마흔 살의 제가 지금과 같을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었을 때의 인생관이 무조건 옳다, 현명한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십 대는 이십 대대로, 삼십 대는 삼십 대대로 자기 나이와 상황, 그 때까지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답안을 내어놓을 수 있는 거니까요.
고로 지금의 제 생각 역시 의미있고, 중요하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걸 한 번,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함부로 말합니다'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저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이 글 읽으시면 같잖다고 느끼실 것 같아서 정한거구요.
제 인생관이 옳다라고 주장하거나 보시는 분들로부터 합의를 득하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저 제 나이 서른에 바라보는 삶의 방향에 대해 더 나이가 먹기 전에, 그리고 지금 머리 속에서 부글거리는 생각의 끓음이, 얼음같이 차가운 세월과의 뒤섞임 속에 미지근하게 식기 전에 손가락으로 토해내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지 태희씨께 말씀 드린 게 바로 그 토사물인 셈이죠.
태희: 앗, 드러워.
문성: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아무쪼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포맷도 이랬다저랬다 중간에 소설도 들어가는 등 상당히 복잡했고 피곤했던 장편 시리즈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태희: 넷. 고생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문성: 끝나고 저녁이라도 같이 할까요?
태희: 싫은데요.
문성: 네, 그럼 아쉽지만 이걸로 영영 안녕이네요. 출연해주셔서 고맙구요. 그럼 안녕히 사라지세요.
태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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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자자. 또 한 달을 기다렸네요. 오늘은 정말 끝이죠? 마지막이죠?
문성: 네. 그 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말씀대로 오늘로써 이 시리즈는 마무리 짓도록 하죠.
태희: 그냥 이 시리즈만 마무리 짓지 말고, 이 참에 절필선언 같은 거 하면 어때요? 만날 글 써도 별로 안 느는 것 같은데……. 아래 올린 핫싼씨도 길기만 길었지 별 재미 없더라고요. 웃음 포인트도 없구.
문성: 그간 한의원 가서 침술이라도 배우고 오셨는지 말씀이 아주 따끔따끔 하네요. 아무튼 이 글로 태희씨도 영영 굿바이니 제가 참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구요.
태희: 히히.
문성: …….
태희: 왜 가만히 있어요?
문성: 그냥 지금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그냥 독백으로 써도 아무 문제없는 포맷이잖아요.
태희: 남자가 소심하기는……. 자, 각설 그만하고 시작해볼까요?
문성: …….
태희: 쓸데없는 줄 삽입해서 분량 늘이지 마세요. 오늘은 가뜩이나 량 많다면서요?
문성: 아. 들켰군요.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태희: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잠시만요. 예전 글 잠깐 읽고 올게요.
문성: …….
태희: 응. 찾아보니까 저더러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살되, 한 가지 더 얘기할 것이 있다고 하셨어요.
문성: 맞아요. 저도 이제 기억나네요. 태희씨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의 길이라고 말씀 드렸었죠?
태희: 딱히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았는데…… 대략 문맥은 비슷한 것 같네요.
문성: 네. 그 말이 그 말인 거죠. 어쨌든 말 나온 김에 조금 첨언해보죠. 태희씨도 공감하겠지만 요즘 참 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경제도 엉망이라 먹고 살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사방에서 우릴 짓누르는 압박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그 중에서도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의 압박’이 아닌가 해요. 부자가 되어라, 더 아름다워지고 더 멋있어져라.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라,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하라, 꿈을 이뤄라 등의 각종 번드르르한 문구들이 안 그래도 살기 벅찬 우리를 한시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게 등 떠밀고 있지 않냐는 거죠.
태희: 맞아요. 안 그래도 그런 것들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는단 말이에요. 하도 쪼아대니까 주말에 집에서 뒹굴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문득 내가 아주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하구요,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면 내가 엉망으로 사는 것 같기도, 시대에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문성: 태희씨는 자극 좀 받아야 되어요. 너무 노시니까요.
태희: …….
문성: 그냥 해 본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일단 자기계발은 당연히 좋은 것이죠. 꿈, 목표, 가치관, 시간관리…… 이런 것들 역시 나쁘다고 말할 사람 없을 거예요. 어찌 보면 우리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꼭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거창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그걸 이뤄야만 잘 산다고 공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에요. 지난 편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대가를 치를 자신이 없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태희: 네. 기억나요.
문성: 그래서 다시 말씀 드리지만, 남들이 뭐라 하든지 간에 신경 쓰지 말고 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거예요.
태희: 그렇다면, 말씀하신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은 뭐죠?
문성: 오늘 호흡이 잘 맞네요.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얘기할게요. 그 한 가지는 그 ‘마음 내키는’ 것이 남의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태희: 말씀이 좀 어려워요.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문성: 걱정 마세요. 설명은 이제부터니까. 태희씨,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사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예요?
태희: 이건 쉽네요. 바람의 딸 한비야씨요.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세계 여기저기 여행하며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는 인생, 너무 부러운 거 있죠.
문성: 좋아요. 그럼 이건 어때요? 태희씨 주위에 혹, 음, 어떤 예를 들면 좋을까나…… 좋아요, 예를 들자면, 좋은 핸드백을 사는 것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태희: 네. 있어요. 딱 떠오르네요. 엄마 친구 중에서는 루이비통 백만 오십 개 넘게 가지고 있는 분이 있어요. 아주 같잖지 않다니까요. 지난 주에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는 글쎄, 저보고 “태희 너는 무슨 그런 가방을 들고 다니니? 네 엄마가 그거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디?” 라고 하시면서 자기 백이 얼만지 자랑하시는 거 있죠? 살이 뒤룩뒤룩 쪄 꼭 걸어 다니는 대웅전 본존불상 같은 꼬락서니를 해가지고서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문성: 그 분은, 마음에 내키는 대로 사시는 분일까요, 아닐까요?
태희: 마음에 내키는 대로 사는 거겠죠, 당근.
문성: 그럼 그 분은 잘못 사시는 걸까요?
태희: 네. 제가 보기엔 아주 잘못 사시는 것 같아요.
문성: 한비야씨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살지만 잘 사는 것이고?
태희: 그야 그렇죠.
문성: 짜잔. 여기에 함정이 있는 거죠. 과연 태희씨 말대로일까요? 한 번 생각해보자구요.
태희: 왜요? 누가 봐도 답은 나오잖아요. 한비야씨와 그 불상 아주머니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걸요.
문성: 말씀 그대예요. 두 사람은 ‘비교조차’ 되지 않아요. 너무 차이나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교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고, 그 고민 끝에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결정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는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며 우리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태희: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결정이냐, 아니냐?
문성: 그렇죠.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릴 때는 주로 어른들의 결정에 좌우 받고, 커서는 매스컴과 문화에 의해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생각해서 이것을 하겠다, 저것을 하겠다가 아니라 부모님과 선생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혹은 매스컴과 문화가 종용하는 방향으로 휘청휘청대다가 결국 죽을 때까지 자기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한다는 겁니다.
태희: 매스컴과 문화, 이건 잘 이해가 안 가요.
문성: 지금 핸드폰이 뭐예요?
태희: 왜 뜬금없이…… 보세요. 이거예요. 요즘 새로 나온 풀터치폰이에요.
문성: 아 그거 TV 광고에서 봤어요. 꽤나 비싸다고 들었는데. 그거 왜 사신 거예요?
태희: 왜 샀냐면, 이게 최신이기도 하고, 기능도 좋고…… 그래요. 솔직히 말할게요. 이왕 사는 것 진짜 괜찮은 걸 사고 싶었어요. 이게 있으면 내가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시다시피 요즘은 핸드폰이 가방이나 구두 못잖은 패션 아이템이잖아요. 젊은 저로서는 이왕이면 좋은 기종을 사지 않을 수 없죠. 그러는 당신도 재작년에 신제품 샀다고 희희덕 하셨잖아요?
문성: 저는 자전거 여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무튼 묻고 싶은 것은, 그 핸드폰을 원하게 된 동기가 어디서 나왔냐는 거예요. 태희씨 스스로가 그것을 사야된다는 동기를 느끼신 것 같으세요, 아니면 누군가가 태희씨 마음 속에 심어준 것 같으세요.
태희: 당연히 제가 선택을…… 음, 아니 것 같네요. 광고 때문이 아닐까 해요. 특히 꽃보다 남자 주인공들이 광고에서 이거 들고 나와 시익 웃는 걸 봤을 때, 딱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게 말씀하신 매스컴과 문화인가요?
문성: 정답.
태희: 인생도 마찬가지구요?
문성: 그럼요. 의사가 되어라, 돈 많은 남자를 만나라. 결혼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라, 회사는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다…… 이런 것들 역시 매스컴과 문화가 강요한 철학이죠. 의사가 되는 것이 나쁘다는 게 아녜요. 자기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한 다음 나는 병을 고치는 것이 적성에도 맞고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릴 후 그 길을 택했다면 그건 정말 잘한 일이죠. 대신 사람 피 보는 것도 싫고 병원 소독약 냄새도 지긋지긋하게 싫은데 우리 나라는 의사가 되면 성공했다고 쳐주니까, 다들 공부 잘하면 의대로 가는 분위기니까 그에 편승해서 인생의 방향을 정한 것이라면, 그건 잘못 방향을 잡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앞에서 언급한 ‘자기계발의 압박’ 역시 요즘의 매스컴과 문화가 우리 어깨에 짐 지운 것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 내 인생에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또 부족하니까 이쪽을 보완,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 끝에 하는 자기계발은 의미가 충분하지만, 다들 학원 다니고 뭔가를 공부하니까 불안해서 자기 인생에 한 번 써먹을 일조차 없는 것을 억지로 배우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는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끌고 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남이 심어준 철학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아무 생각 없이 주위 사람이 시키는 대로, 혹은 상업문화에 찌들다 못해 아예 좀비가 된 대중의 흐름에 동참하는 게 얼핏 쉬워 보이고 편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길이 누구에게나 옳은 길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또한 태희씨도 아시다시피 그 어떤 사람도 자기들의 충고나 조언에 책임을 져주지는 않아요.
태희: 맞아요. 제가 남자 사귈 때마다 걔는 별로다, 헤어져라 잔소리하는 친구들, 정작 저한테 소개팅 한 번 안 시켜주더라고요. 정작 눈물콧물 다 쏟으며 헤어진 후 후회하는 건 저구요.
문성: 세상이 원래 그래요. 그러니 그럴수록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고민하여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철학을 완성해나가야 하는 거죠.
태희: 그럼,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삶의 철학이 ‘루이비통 백을 사는 것이 내 인생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나오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문성: 맞아요.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더 붙죠.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갖추고 이를 견지하면서 살되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히틀러나 스탈린 역시 진지한 고민 끝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지만 인류에 큰 폐를 끼쳤잖아요. 더 말할 것도 없이 이건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태희씨가 말한 핸드백 아주머니 역시 핸드백들을 사기 위해 사기를 쳤다거나 고리대금을 운영했다거나 큰 빚을 져 가족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하면 문제가 있는 거겠지만, 자신이 가방들을 너무 사랑하기에 다른 데 쓸 돈을 아끼고 아껴 하나씩 사 모은 것이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봐요. 물론 다른 사람들을 가방으로 평가하는 편협한 기준은 잘못된 것이겠지만요.
태희: 알겠어요. 이해가 가네요.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죠?
문성: 지난 편에서 드린 말씀과 동일해요. 좋으실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시면 되겠죠. 다만 더 고민해보세요. 태희씨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그런 일들을 하려고 할 때 들어갈, 노력을 위시한 각종 비용들, 그리고 그런 일들을 포기할 때의 기회비용까지도. 육 개월이 되어도 좋고, 일 년이 되어도 좋으니까 내 인생에 지금까지 이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각 많이 해보세요.
또 직접적으로 모두 경험해볼 수 없으니까 책을 항상 읽으시고 주위 사람들 얘기도 많이 들으세요. 많이 읽고 듣되 항상 비판적으로 들으셔야지 곧이곧대로 모두 받아들여서는 안 되어요. 아까 말했듯 책의 저자들이나 태희씨에게 충고하는 사람들은 이래라 저래라 말만 하지 그 이후의 삶은 절대 책임져주지 않거든요.
하여간 그러한 고민과 인생공부를 충분히 하신 다음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시면 됩니다. 결정은 태희씨 혼자만의 것이기에 당연히 그 결과 또한 태희씨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테죠.
태희: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씀은 지금 당신의 말씀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말이 되는데요.
문성: 그렇군요. 좋아요. 지금 제가 한 말도 비판적으로 소화하시면 되겠습니다. 저 역시 태희씨의 인생, 잘못된다고 책임져줄 사람 아니니까요.
태희: 네. 그 편이 차라리 쿨하고 좋네요. 좋아요, 한 번 고민해보도록 하죠. 혹, 몇 달 뒤에 저더러 다시 이 자리 와서 무슨 고민했는지 발표하라고 시키시고 9편 이어가실 생각 아녜요?
문성: 아니요. 방법을 가르쳐드렸으니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 겁니다. 부디 잘 하시길, 부디 행복하시길 빌어요.
태희: 하나만,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문성: 뭔데요?
태희: 이런 말 하는 당신은, 어때요? 잘 살고 있나요? 행복하나요?
문성: 음…….
태희: 말해봐요. 어떤지.
문성: 제가, 왜 이 시리즈 연재했는지 혹 아세요?
태희: 글쎄요, 제가 알리 없죠.
문성: 지금 이 시점에서의 제 인생관을 한 번 정리해보기 위해서예요.
태희: 인생관? 푸훗. 너무 진지한 것 아녜요? 하긴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인생관’이란 단어로 정리가 되긴 되네요.
문성: 인생관이라고 하니 진지해 보이긴 하네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해보려 했다, 면 좀 나을까요? 여하튼 말 이어갈게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을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잖아요. 스무 살의 저와 지금의 제가 같을 수고 없고, 또 마흔 살의 제가 지금과 같을 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었을 때의 인생관이 무조건 옳다, 현명한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십 대는 이십 대대로, 삼십 대는 삼십 대대로 자기 나이와 상황, 그 때까지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답안을 내어놓을 수 있는 거니까요.
고로 지금의 제 생각 역시 의미있고, 중요하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걸 한 번,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함부로 말합니다'라는 제목은 아무래도 저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이 글 읽으시면 같잖다고 느끼실 것 같아서 정한거구요.
제 인생관이 옳다라고 주장하거나 보시는 분들로부터 합의를 득하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저 제 나이 서른에 바라보는 삶의 방향에 대해 더 나이가 먹기 전에, 그리고 지금 머리 속에서 부글거리는 생각의 끓음이, 얼음같이 차가운 세월과의 뒤섞임 속에 미지근하게 식기 전에 손가락으로 토해내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지 태희씨께 말씀 드린 게 바로 그 토사물인 셈이죠.
태희: 앗, 드러워.
문성: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아무쪼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포맷도 이랬다저랬다 중간에 소설도 들어가는 등 상당히 복잡했고 피곤했던 장편 시리즈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태희: 넷. 고생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문성: 끝나고 저녁이라도 같이 할까요?
태희: 싫은데요.
문성: 네, 그럼 아쉽지만 이걸로 영영 안녕이네요. 출연해주셔서 고맙구요. 그럼 안녕히 사라지세요.
태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