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 자. 오래간만이군요. 새해에는 처음 만나는 것 같네요. 그간 소설 다 읽어보셨죠? 어때요?
태희: 솔직히 그리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는데요, 내용이 너무 우울해요. 결국 자기 꿈을 좇아 달려간 주인공이 틀렸다는 것, 그것 때문에 더 불행해졌다는 얘기 아닌가요?
문성: 음…..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태희: 자기가 써놓고도 책임 못지겠다는 그 말투는 뭐예요. 하여간 마음이 더 답답해졌어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거예요? 평생 제가 하고 싶은 것 못하고 평범하게, 살아야 한단 말씀이에요?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문성: 아. 그런 뜻으로 적은 글은 아니에요. 자. 잘 들어봐요. 이 주제는 단순하지가 않아요. 두 가지 문제가 같이 엮어있기 때문이에요. 하나하나 곱창/막창 먹듯 자근자근 씹고 넘어가셔야 합니다. 덜 씹으면 필경 장에 무리가 갈거예요.
태희: 요즘 과민성 장 때문에 고생이 많다더니 비유도 그런 식이군요. 말씀해보시죠.
문성: 장 얘기는 쪽팔리니까 나중에 하시구요, 제 설명부터 들어보세요.
첫 번째 문제는, 우리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어떤 모습을 가지기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물론 그 모습은 나이가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고(아마 틀림없이 어느 정도는 바뀔 것입니다만)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사진을 바탕으로 깔고 하루하루를 쌓아가야 합니다. 설계도 없이 건물 짓는 것 봤어요? 하다 못해 기저귀도 정확한 도면 없인 나올 수가 없거든요.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접근과 방법을 택할 수 있겠지만 이 질문은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라고 스스로에게 수백 번, 답이 쉽게 안 나오면 수천 번이라도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에요.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더욱 그래요. 이십 대 초 중반이라면 친구들이나 텔레비전 끌어안고 노닥거릴 시간에 혼자 여행을 간다거나 자기만의 조용한 장소와 시간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으면 합니다.
혹 답을 얻으셨다면, 잘 하셨습니다만 연이어 바로 두 번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를 건드리지 않아 버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것은 내가 원하는, 하고 싶은 그것을 과연 내가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이를 위해 들 수 있는 비용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이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선 과연 얼마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겠죠.
소설 ‘원위치’의 주인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영화임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산출해내지 못하였고, 예상보다 늘어난 비용을 감당해내지 못합니다. 자. 보세요. 그는 작정했던 1년 기간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합니다. 그가 원하는 고지에 오르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희생이 필요시 되는 생황이었죠. 이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이 보통 이래요. 뜻대로 맘대로 쉽게 되는 것, 별로 없거든요.
그럴 때 필요한 것은 Go냐 Stop이냐의 결정이죠. 그는 쓰리고의 피박을 노렸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냉정한 충고 한 마디에 아픈 가슴을 다잡으며 Stop을 나지막이 읊조리고 말아버리는데, 그 심정 왠지 이해가지 않았어요?
물론 그는 계속 그 일에 자기 인생을 걸 수도 있었습니다. 아내와의 불화, 가정의 파탄, 삶의 질적 저하, 망가지는 자존심 등을 감당해야 되겠지만 말이죠.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겠지만 끝내는 꿈을 이루고 이수에게 한 방 시원하게 먹일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는 원위치로 돌아갑니다. 영화가 싫어졌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시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더 이상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도 그것을 감당할만한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제가 갑자기 스포츠 경영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합시다. 그냥 취미가 아니라 유명한 커미셔너나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싶어진 거죠. 필요한 것을 알아보니 외국 유수의 대학교 졸업장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적어도 4년 이상의 시간, 1억 원 가까운 돈을 들여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는 것까지 파악하였습니다. 자. 스포츠 경영학은 제가 14박 15일을 밤낮으로 고민한 결과로 얻은 답이며 그 진실성엔 추호의 의심도 없어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감당하고 싶지도 않구요.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태희: 그래도 꿈이잖아요.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문성: 아니요. 잡기 위해 필요한 희생을 견딜 수가 없는데, 결과가 뻔하잖아요. 관둬야죠. 포기해야죠. 슬프지만, 가슴 아프지만, 아쉬움이 잔에 넘쳐 흐르는 맥주처럼 하얀 거품을 내며 흘러내리지만, 이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인 것입니다.
태희: 조금 어렵지만, 내용은 좀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만, 이해가 가네요.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되 그것을 얻기 위해 들어갈 비용을 정확히 알고, 감당가능한지 미리 생각해보라는 것이죠?
문성: 네. 제대로 이해하셨네요. 그 얘기를 들으니 조금 더 멋진 표현이 떠올랐어요. ‘꿈에 대한 대가를 치르라!’.
태희: 꿈은, 꾸는 것은 자유지만 대가는 치뤄야 한다는 거군요.
문성: I'm afraid so. 대가없이 이룰 수 있는 꿈은 꿈이라 이름 붙이기도 민망하잖아요.
태희: ......
문성: 지난 편에서 제가 보여드린 예제들 기억나시죠? 한가인, 하희라, 박근혜, 윤송이님 등을 예로 든 것 말이죠
태희: 기억나요. 다 좋아 보여서 딱 하나 고르진 못했었는데……
문성: 고르세요. 보기 중에서 고르지 못하겠으며 하나의 모델을 하나 창조하세요. 지금 해야만 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든, 관련된 책을 사보든 해서 들어갈 비용을 산정하시고 내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도록 하세요.
태희: 네….. 근데 너무 어렵네요.
문성: 고민 끝나면 연락하세요. 다음 편은 그 때 다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태희: 만약….. 제가 안 하면요?
문성: 이 시리즈는 이걸로 문 닫는거죠.
태희: 그건 싫은데……
문성: 잘 생각하세요. 이걸로 이 시리즈가 벌써 여섯 편째거든요. 한 편만 더 나오면 최장편 ‘여자와 남자’를 이길 수 있어요.
태희: 그치만 이 시리즈는 이미 조회수가 안습이라……
문성: 그건 신경쓰지 마시구욧!!!
태희: 왜 저한테 버럭 하세요? 자기가 재미없게 글 적어놓구선. 여하튼 전화 드릴게요. 2월 안에 답 가져 오겠습니다. 약속할게요.
문성: 네. 그럼 다음 편에서 또 뵙죠!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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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9.01.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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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
2009.01.21 11:37
음. 그렇기 때문에 말이죠.
1. 가능하면 빨리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제가 지금 수영국가대표를 꿈꾸면 안 되겠죠? ^-^
2. 비용을 지불할 자신이 없다면 말씀하신대로 그냥 '꿈'일 뿐 '비전'이 될 수 없습니다. 난 연예인이 될거야, 하고 만날 팔랑팔랑 노는 이는 꿈만 꾸는 사람이지 비전을 가진 사람은 아니죠.
3. 찾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번 설명을 드렸잖수? 0_0 -
sunny
2009.01.21 14:52
난....
그냥 꿈만 꾸고 있을 뿐이고...
팔랑팔랑 놀고 있을 뿐이고...
설명 들은거 다 잊어먹었을 뿐이고... -
문★성
2009.01.22 06:35
나중에 체계적으로 이론 정리해볼게요^-^; -
학수
2009.01.27 11:13
삶이라는 것이 참말로 쉽지 않은 것이지만, 살아 가면서 생각하고 인생을 가꾸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것 같소이다... 이상 주접을 좀 떨었소이다..ㅋㅋ -
문★성
2009.01.27 18:03
어. 맞다. 아름답게 가꾸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우리도 나이 한 살 더 먹었네그려.
비용과 희생을 감당할 수 없어서 포기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자신에게 수천번 물어서, 인생을 살면서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을 찾았는데... 희생을 감당할만한 용기도.. 배짱도 없다면 그것이 진정 자신의 꿈일까요?
항상 생각하는거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이루고자 하는 일을 찾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렵기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