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중 - 공공의 적 1-1 보고 따라하고 싶어 1-1이라 제목 붙이고 써봤는데
별 내용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습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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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성가신 소리에 잠을 깼다. 어느새 아침이다.
시계를 보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날은 밝지 않았다. 기름에 뭘 볶는 듯한 소리는 빗소리인 듯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숙면을 취하지는 못한 듯, 어젯밤의 피로가 그대로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의 잠은 차라리 자지 않느니 못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잘 움직이지 않는 근육에 억지로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창문을 열어보니 역시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셀 수도 없는 선들이 무수히 그어지며 하늘을 난도질하고 있다. 엄청난 비다. 이 정도면 우산을 쓰고 나간대도 몸을 건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새 비 내음을 물씬 머금은 빗방울이 이마와 뺨을 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창문을 닫고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원래 비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비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아직 밖에 나갈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이 정도 기세면 오후까지 그칠 일은 없어 보였다. 별 수 없이 저 빗속을 뚫고 나가야 된다. 나가서, 나가서 그녀를 만나야 한다. 바람도 만만찮게 불어대는 이 빗속에 말이다. 뭘 입든지 간에 셔츠도, 바지도, 신발도 흠뻑 젖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싫은 꼬락서니이지만 어쩔 수 없다.
원체 아침잠이 없는 그녀도 지금쯤이면 일어나 이 비를 보고 있을 것이다. 비를 진저리 나게 싫어했던 그녀니만큼 오늘의 만남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내심 그랬으면 좋겠다. 비를 핑계 대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녀에게 달린 것인 것이니 나로선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고개를 드니 여전한 어둠이 나를 다시금 반겼다. 캄캄한 아침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대비를 헤치고 들어온 어슴푸레한 빛 덩어리들은 방을 밝히기는커녕 바닥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며 채 소멸되지 않은 간밤의 어둠과 엉켜 누더기 같은 회색의 잔해만 만들어낼 뿐이었다. 매일 보는 내 방의 풍경이지만 낯설고 음산했다.
형광등을 켜려다 말아버렸다. 촉이 다해 그저께부터 가물가물하는 것을 아직 갈지 못했다. 지금 켜면 이 캄캄한 아침을 더 음침하게 만들 것이 뻔했다. 대신 TV를 켰다. 새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나타나 낭랑한 목소리로 뉴스를 읽고 있었다. 옷에서 쏟아지는 인공의 빛이 바닥을 하얗게 물들이며 검은 덩어리들을 어느 정도 밀어내 주어 방이 조금은 밝아졌다. 억지스레 나이 들어 보이는 화장과 머리를 한 동안의 아나운서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었다고 했다. 강우량을 나타내는 지도를 보여주는데, 한반도 전체가 주황색 표시로 물들어 있었다. 쉽게 그치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어제 남은 식은 밥으로 대충 아침을 때웠다. 말라 비틀어진 반찬거리들을 턱 관절에서 우둑우둑 소리를 내어가며 씹어 삼켰다. 기분 탓인지 혀는 전혀 맛을 구별해내지 못했다. 밥솥에서 남아있는 밥을 모두 긁어먹었는데도 식욕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여전히 배고팠다. 물을 연거푸 들이켜서 겨우 배를 채웠다.
시계를 보니 여덟 시 삼십 분이 넘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여태 아무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이 비가 오늘의 약속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샤워를 하고 다려놓은 셔츠를 꺼내 입고 머리에 왁스를 발라 손질을 했다. 나가자마자 젖어버릴 옷이고 흐트러질 머리지만 아무렇게나 하고 나가고 싶진 않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혹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나에 대한 좋은 인상만은 남겨주고 싶었다. 초라하고 비루한 모습으로 기억되기는 싫으니까. 하지만 이 비는, 그리고 앞에 선 거울을 통해 담박에 드러나는 굳은 피로함은 내 뜻과는 너무도 달랐다.
우산을 챙겨 현관문을 열었다. 빗소리가 더 요란하게 들려와 애써 억누르고 있던 불안한 심정을 더 흔들어 놓았다. 아직 마음에 망설임이 남아 있어서인가 현관문을 잠근 다음 손이 문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다시 확인해보지만 그녀로부터 온 메시지나 전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며칠 전 그녀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
<토요일 10시 롯데백화점 앞. 안 나와도 돼. 어차피 끝난 일이니까>
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난 우산을 펴고 빗속으로 몸을 우겨 넣었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그야말로 습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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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성가신 소리에 잠을 깼다. 어느새 아침이다.
시계를 보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날은 밝지 않았다. 기름에 뭘 볶는 듯한 소리는 빗소리인 듯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숙면을 취하지는 못한 듯, 어젯밤의 피로가 그대로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식의 잠은 차라리 자지 않느니 못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잘 움직이지 않는 근육에 억지로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창문을 열어보니 역시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셀 수도 없는 선들이 무수히 그어지며 하늘을 난도질하고 있다. 엄청난 비다. 이 정도면 우산을 쓰고 나간대도 몸을 건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새 비 내음을 물씬 머금은 빗방울이 이마와 뺨을 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창문을 닫고 침대 위에 털썩 앉았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원래 비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비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아직 밖에 나갈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이 정도 기세면 오후까지 그칠 일은 없어 보였다. 별 수 없이 저 빗속을 뚫고 나가야 된다. 나가서, 나가서 그녀를 만나야 한다. 바람도 만만찮게 불어대는 이 빗속에 말이다. 뭘 입든지 간에 셔츠도, 바지도, 신발도 흠뻑 젖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싫은 꼬락서니이지만 어쩔 수 없다.
원체 아침잠이 없는 그녀도 지금쯤이면 일어나 이 비를 보고 있을 것이다. 비를 진저리 나게 싫어했던 그녀니만큼 오늘의 만남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내심 그랬으면 좋겠다. 비를 핑계 대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녀에게 달린 것인 것이니 나로선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고개를 드니 여전한 어둠이 나를 다시금 반겼다. 캄캄한 아침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대비를 헤치고 들어온 어슴푸레한 빛 덩어리들은 방을 밝히기는커녕 바닥을 스멀스멀 기어 다니며 채 소멸되지 않은 간밤의 어둠과 엉켜 누더기 같은 회색의 잔해만 만들어낼 뿐이었다. 매일 보는 내 방의 풍경이지만 낯설고 음산했다.
형광등을 켜려다 말아버렸다. 촉이 다해 그저께부터 가물가물하는 것을 아직 갈지 못했다. 지금 켜면 이 캄캄한 아침을 더 음침하게 만들 것이 뻔했다. 대신 TV를 켰다. 새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나타나 낭랑한 목소리로 뉴스를 읽고 있었다. 옷에서 쏟아지는 인공의 빛이 바닥을 하얗게 물들이며 검은 덩어리들을 어느 정도 밀어내 주어 방이 조금은 밝아졌다. 억지스레 나이 들어 보이는 화장과 머리를 한 동안의 아나운서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었다고 했다. 강우량을 나타내는 지도를 보여주는데, 한반도 전체가 주황색 표시로 물들어 있었다. 쉽게 그치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어제 남은 식은 밥으로 대충 아침을 때웠다. 말라 비틀어진 반찬거리들을 턱 관절에서 우둑우둑 소리를 내어가며 씹어 삼켰다. 기분 탓인지 혀는 전혀 맛을 구별해내지 못했다. 밥솥에서 남아있는 밥을 모두 긁어먹었는데도 식욕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여전히 배고팠다. 물을 연거푸 들이켜서 겨우 배를 채웠다.
시계를 보니 여덟 시 삼십 분이 넘었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여태 아무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이 비가 오늘의 약속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샤워를 하고 다려놓은 셔츠를 꺼내 입고 머리에 왁스를 발라 손질을 했다. 나가자마자 젖어버릴 옷이고 흐트러질 머리지만 아무렇게나 하고 나가고 싶진 않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혹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나에 대한 좋은 인상만은 남겨주고 싶었다. 초라하고 비루한 모습으로 기억되기는 싫으니까. 하지만 이 비는, 그리고 앞에 선 거울을 통해 담박에 드러나는 굳은 피로함은 내 뜻과는 너무도 달랐다.
우산을 챙겨 현관문을 열었다. 빗소리가 더 요란하게 들려와 애써 억누르고 있던 불안한 심정을 더 흔들어 놓았다. 아직 마음에 망설임이 남아 있어서인가 현관문을 잠근 다음 손이 문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다시 확인해보지만 그녀로부터 온 메시지나 전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며칠 전 그녀에게서 받은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
<토요일 10시 롯데백화점 앞. 안 나와도 돼. 어차피 끝난 일이니까>
가자. 어떻게든 되겠지. 난 우산을 펴고 빗속으로 몸을 우겨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