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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여성과 남성’ 시리즈를 한동안 등한시 했다. 이 연재를 통해 뱉어내고 싶었던 생각의 정수를 지난 2편에 대부분 담았기 때문에 열의가 한 풀 꺾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번에 제시할 자본이 없는 여성 얘기는, 문성닷컴 방문객이 주로 여성분들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부담되는 순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혹시나 잘못 누른 자판으로 누군가에게 기분 나쁨을 심어준다면,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교육인적자원부 지정 건전홈페이지 문성닷컴의 존재가치가 빨다 만 행주처럼 퇴색해버릴 것이 분명한 일일 테니까.

하지만 언죽번죽 관둘 순 없는 것이, 무엇보다 문성닷컴 운영 만 4년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히 끝마친 연재가 고작 ‘빛을 잃었습니다’ 하나 밖에 없다는 아찔한 사실 덕택이다. 생각 없이 판 벌린 후 늘 뒷감당을 못한다는 자학이 득의만면 하기 전에 이 연재라도 초심대로 마감하는 것이 내겐 아주 중요한 일인 셈인 게다. 그럼 이러한 자조적 정신자세로 글을 시작해보자.


3. 대안제시 – 낮은 자본의 여성의 경우

물질적 쾌락에 근거한 가치들이 사회라는 이름의 빌보드 차트 1위부터 100위 까지를 모조리 섭렵하고 있는 이 외람된 시대에 여성의 자본은 '아름다움'으로 깔끔하게 대변된다, 라는 것은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남성의 자본은 ‘능력’이란 허울좋은 이름을 지닌, 지금 가지고 있는 돈과 앞으로 벌 돈의 합산으로 표현된다는 얘기도 충분히 했고 이러한 ‘자본’이 없는 남성들은 돈으로 재어지지 않을 다른 저울을 제시하라는 주장까지도 펼쳤다. 그렇다면 이 내용 그대로를 자본이 없는 여성에게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들 역시 신체적 아름다움이 아닌 다른 저울을 남성에게 제시함으로써 본인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다른 저울 제시법’은 여성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효과를 가지지 못한다. 아무리 턱걸이를 300개를 하고 738x428+826을 0.5초만에 암산하는 능력을 가졌으며 등에 팔랑팔랑 날개가 달려 있다 하더라도 남성들은 아름다운 여성에게 더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아무리 다른 저울로 자신을 달아달라 주장해봤자 이 단순한 족속은 들은 체도 않고 여전히 외모라는 낡은 저울을 드밀어 댈 뿐이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살려면 할 수 없이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그럼 어떡해야 할 것인가. 선택지를 제공해보도록 하겠다.  


A.        신경 끈다
자본이고 아름다움이고 간에  별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지 않아도, 너무 촌스럽거나 남자를 가려버릴 정도로 살이 찐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십 대의 여성에게는 남성이 꼬이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강동원이나 조인성 같은 애들, 혹은 대기업 사장 아들 같은 애들이 마구 다가와 유혹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걔네들은 당연히 자본이 넘치는데다 다른 조건도 풍성한 애들과 콩닥거리며 잘 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높은 수준만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리고 너무 까탈부리지 말고 사회생활 평범하게 영위해준다면 반드시 그럭저럭 괜찮은 남자가 어느새 옆에 다가와 수작을 걸기 마련이다. 이런 남자는 성격이나 외모, 조건들이 평범한 수준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정규분포의 법칙 상 술만 먹으면 올림픽급 꼬장을 부린다거나 주먹을 함부로 휘두르는 등 아주 막장일 가능성과, 성격 좋고 키 크고 유머있고 집안도 괜찮은 왕자님일 가능성도 어느 정도 씩은 있다. 주위를 보면 얼굴도 그냥 그럭저럭이고 다른 조건도 별 볼게 없는 여자애인데 그래도 아주 멋진 남자의 팔을 어깨에 두르고 다니는 애들이 있잖은가? 그냥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건 확률놀음이다. 그 못지않게 쟤는 왜 저 따위 남자랑 다니지,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애들이 비슷한 수로 있는거와 마찬가지다.

즉,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여성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한국 속담도 이를 얼마든지 증명해준다. 평생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비루하게 늙어가는 노총각들은 부지기수로 많지만 여성들의 경우 자기가 굳이 뿌리치거나 여자들 사이에서만 숨죽여 살지 않는한 어떻게든 남자 한 두 명씩은 만날 수 있다. 조물주가 세상을 그리 창조해놓으셨다. 그러니 내가 시집갈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는 다소 평균에 근사한 만남일 확률이 높다. 누가 봐도 평범한 당신에게 머리를 산발한 로커나 바디페인팅과 문신을 즐겨하는 예술가나 최연소 지역구 당선의 기록을 갱신한 국회의원이 다가오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평범이 나쁘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남들처럼 제 때 결혼해서 아기 낳고 기르며 가끔은 부부싸움도 하면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 사람에 따라선 최고의 행복이자 선물 아니겠는가!


B.        눈을 낮춰라
미안한 말이지만 선택 A는 노처녀에게는 거의 먹히지 않는다. 이미 이들은 젊었을 때 주위에 어른거리는 남자들을 모조리 거부해왔거나 몇몇과 만남을 가졌으나 결국 좋은 결론을 맺지 못한 경우로 여기저기서 남자들이 대쉬해오는 바로 그 ‘황금의 시기’를 지난 것이다. 즉,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아마 직장생활을 해 온 노처녀라면 재력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고 인품이나 성품 또한 나이에 비례해서 함양되었기 때문에 사람 자체만 보면 굉장한 경쟁력이 있지만, 그 놈의 나이 때문에 불리함에 처하게 된다. 아주 간단한 진리로 남자들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서른 다섯의 노처녀보단 머리 속이 청명하게 공명하는 스물 두 살의 여자에게 더 끌리기 마련이기에 그렇다.  

그리하여 노처녀는 먼저 눈을 내리 깔아야 한다. 콧대를 낮추고 시야를 한 단계 내려줘야 한다. 신문기사를 보니 서른 초중반의 여성들이 바라는 배우자의 나이는 동갑이나 연하가 가장 많다고 하던데, 하긴 자기 나이에 4~6살을 추가해서 마흔살이 다 된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그네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간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타겟으로 삼는 남성들은 절대 또래의 여성을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남자들은 이십대 초중반이나 후반까지에 관심이 있고 이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종래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을 잘 발휘하고 각종 심리학 이론을 총동원해 화려한 기술을 시전한다 할지라도 남자들은 바보라서, 웬만해서는 잘 넘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노처녀들은 자기 나이대에 목을 매는 삼십대 중반이나 후반의 남자들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조금 아저씨같고 나이가 많아서 부담스럽다 할지라도 걔중에도 괜찮은 남자는 충분히 있다. 아니, 경제력이나 성품 같은 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어린 남성들보다 월등히 나은 경우가 허다하다. 능력은 있는데 자본은 없는 여성들은 이렇게 눈을 낮춰 몇 가지 조건을 포기해줌을 통해 얼마든지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가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얼마든지 꽃다운 이십대 중반의 연하남을 만나거나 서른 네 살에 동갑내기를 만나 결혼할 수도 있다. 여기선 어디까지나 확률상 그렇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C.        이십대 후반을 노리며 칼을 간다.
올해 스물 한 살의 맹순이는 같은 과 동기인 채련이가 너무 싫다. 분명 걔는 맹순이보다 머리도 나쁘고 집에 돈도 없고 성격도 괴팍한데 얼굴 하나는 연예인 못지 않게 예뻐서, 주위에 늘 남자들을 몰고 다니고, 숙제 해달라, 공부해달라, 짐 좀 옮겨달라, 이사하는데 도와달라 등등 갖은 부탁을 남발하면서 공주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편입해서 온 3학년 철순이 오빠만 해도 그렇다. 키 185에 다니엘 헤니를 닮은 그 오빠에게 안 반한 여학우가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채련이 고 앙칼맞은 기집애가 눈웃음 몇 번 치고는 밥 사 달라고 앵기니 그냥 넘어가버렸단 말이다. 철순이 오빠한테 첫눈에 반해 며칠 밤을 두근거리는 도중 채련이에게 한 방에 뺏겨버린 맹순이로서는 정말 통탄할 지경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맹순양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유도라도 연마하여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메친 다음 다른 저울을 제시해야 하나? 안 된다. 아무리 천연색의 저울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채련이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선택A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그냥 주위에 모여드는 남자들 중에 객관식으로 고르기엔 불 같은 심성이 잠잠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채련이 코를 납작하게 하고 싶다. 그렇다면 맹순이의 답은 하나다. 기다리며 칼을 갈아야 한다.

연애도 중요하지만 보다 핵심은 아무래도 결혼이다. 조혼을 할 게 아니라면 인생의 승부수는 이십대 중반에서 후반에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때 베스트의 남자를 만나 깔끔하게 결혼하는 것이 쓸데없는 낭비도 줄이고 그 전에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시간도 많이 벌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이득인 셈이다.

남자들은 보통 이십대 후반이나 서른살 초중반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들이 바라보는 배우자의 적정 나이대는 이십대 중반에서 후반이 된다. 결혼상대로 이십대 초반을 바라보는 결혼적령기의 남자는 거의 없다.

더불어 지난 편에서 언급한대로 여성들의 자본의 차이, 즉, 아름다움으로 인한 격차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좁혀지게 된다. 맹순이와 채련이의 격차 역시 두 사람이 스물 한살일 때보다 스물 여덟일 때가 확연히 좁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채련이가 어릴 때부터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유행타는 옷을 사입고, 삼개 방송국 드라마를 일일이 짚어가며 노닐 때 칼을 갈고 미래를 준비한 맹순이는 어느 순간부터는 분기점을 지나 앞서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외모의 격차는 -10점이라 할지라도 다른 모든 것의 격차가 +15점이 되면 +5점으로 이기는 것 아니겠냐는 말이다.

결혼상대를 찾는 성숙한 남자들은 이 차이를 분명히 알아챈다. 어릴 때야 무조건 나이 적고 예쁜 여자가 좋았다고 하지만 결혼상대로까지 예쁜 여자만 찾는 남자는 극히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는 계속 고려를 하겠지만 그것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맹순이에게 달려갈 것이다.

허니 지금 화장두께를 두껍게 하고 더 비싼 옷과 백을 사 들고, 머리스타일에 돈을 퍼부어가며 당신 옆에 있는 채련이와 경쟁하지 말라는 소리다. 생각보다 그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으니 투자대비 효율만 나빠 원통만 생길 뿐이다. 게다가 채련이는 당신만큼 투자 안 해도 예쁜 애니, 상대적으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계발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기에 상황에 따라선 몇 년이 지나게 되면 외모차이 +14점에, 다른 모든 것의 차이 +5점으로 완전히 당신을 박살낼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해서 어릴 때, 외모가 핵심일 때 승부를 보지말고 뒤를 보자. 몇 년 뒤를 생각하자. 그러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이십대 중후반이라고 했지만, 사람에 따라선 삼십대 초반이 될 수도 있고 이십대 초반이 될 수 있다. '누가봐도 노처녀'가 되면 할 수 없이 선택B로 옮겨가야겠지만, 아무튼 지금 당장 연애하는 것에 너무 목을 매지 말고 결혼식장에 함께 서 있을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고 길게 바라보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얘기가 너무 길었다. 보시고 여느 때처럼 문자나 댓글을 통해, 혹 다음에 만날 때 틀린 점 지적해주시면 고맙겠다.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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