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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제기했으면, 그에 따른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진데, 이 주제에 있어 내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2편을 쓸 때까지는 해결책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의 의도는 여성과 남성을 극도로 자본화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에 대해, 누구나 다 알고는 있지만 생각하기 꺼려하는 주제에 대해 나름의 각색을 가하여 표현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비극은 이게 다가 아니다’는 식의 말투로 3편, 혹은 4편까지 이어가려고 했던 것 또한 처음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2편까지 쓰고, 여러 차례 이를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방향을 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난, 여기에서만큼은, 그리고 내게 상담이나 자문을 구하는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언제나 꿈과 비전을 얘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세상에는 물질 말고도 아름다운 것이 많고 추구할만한 가치가 많다는 것을 침을 튀겨가며 외쳐대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런 내가 염세주의의 대변인이나 된 듯 ‘세상은 이렇게 치사하고 불공평한 것이다’는 식의 자조나 삐약거리고 있었으니 평소와 다르다는 지인들의 지적은 적확했던 셈이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이 ‘남성과 여성’ 글 두 편만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애써 써놓은 글들이 되려 짐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답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몇 주 동안 이 숙제를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해 제법 많은 토론을 벌였고, 인터뷰를 했고, 책을 읽고, 대안을 찾고 검증을 받았다. 협조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무릎팍도사 수준의 뻔한 해결책 제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스로는 그래도 겨우 '자칭 교육부 지정 청소년 권장 홈페이지'인 문성닷컴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결론이 난게 아닌가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대안제시편’ 역시 장문인 관계로 몇몇 글로 갈라서 써보기로 하겠다.



1.        대안제시 - 높은 자본의 여성의 경우  


앞의 글에서는 자본을 가지지 못한 여성, 즉 아름답지 않은 여성에게 조의를 표했지만, 사실 아름다운 여성 역시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예쁘다고 그들의 인생이 무한정 끝도 없는 창창대로를 달리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시간에 따라 급격히, 혹은 천천히 하향세를 탈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우,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나 사례를 종합해보면 20대 초중반의 나이쯤에 외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스무살, 스무 한 살 때야 아직 풋내기 티가 나고 가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여럿 있으니까 가능성만 있어 보이지만, 본인의 외모가 어떤지 스스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스타일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제대로 구가하기 시작하며 화장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그 화장 역시 피부가 호탕하게 흡수하는 나이인 이십대 초중반의 경우 젊음으로부터 비롯된 건강한 매력이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위로 마구 분출되기 때문에 다른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으로 빛나게 된다. 편의상 이런 시기를 ‘미적 전성기’라 부르기로 하자. 이 미적 전성기는 이십대 후반쯤에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사람에 따라 이십대 초중반에 조기종료되거나 삼십대가 훨 넘어서까지 연장되기도 하는데 주위에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봐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나이 때의 ‘높은 자본’의 사람들, 그러니까 주위에서 ‘어리고 예쁘다’라 인정받는 사람들의 몇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역시 모두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입지에 서 있는 남성들의 대쉬를 서슴없이 받는가 하면 한 달에 여러 번씩 프로포즈를 당하거나 길거리에서 헌팅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게 바로 자본의 힘이구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상황은 좋아보였고 내가 봐도 그들은 미소는, 자신감은, 밝음은 매력적으로 빛나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 역시 미적 전성기에서 한없이 머무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5년에서 10년 사이 그들의 대부분은 ‘외적 아름다움’으로부터 얻었던 모든 특혜와 대우를 깡그리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랑 인터뷰를 했던, 한 때는 ‘어리고 예뻤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그런 평을 받지 못하게 된 한 여성은 그 과정을 ‘하늘에 떠 있다가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 같았다’라 표현했다. 그렇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무시하며 불균형적으로 부양된 자아는 부스터의 기름이 떨어지면 종래는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고, 대기권을 역으로 관통하여 지상으로 떨어질 때의 아픔은 애초에 부양되지 않은 사람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다시 올라가고 싶어 위를 바라보겠지만 이미 그 곳엔 또 다른 ‘어리고 예쁜’ 동생들이 대신하고 있을테다. 자기가 그랬듯 밝고 화사하게 웃으면서.

그렇다면 현재 높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 성공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선택은 아래의 세 가지이다.

A.        전성기 때 높은 자본을 가진 남성과 결혼해버린다.
B.        전성기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C.        전성기 이후를 준비한다.



A.        전성기 때 높은 자본을 가진 남성과 결혼해버린다:

이런 답을 제시했다고 속물이라 욕하면 좀 억울하다. 난 그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말하고 있을 뿐, 선택은 당사자에게 달린 것이다.

미적 전성기 때의 여성은 마치 비제철 과일처럼 특별하게 인식되기에 결혼시장(이 표현 너무도 싫어하지만)에서 아주 강력한 어드밴티지를 가지게 된다. 대쉬해오는 남성들도 수준이 높아 아주 높은 자본을 가진 남성도, 자본은 없지만 다른 매력이 출중한 남성도 입맛대로 고를 수 있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 또한 상대적으로 쉽다.

게다가 높은 자본 외에는 특별한 매력이 없는 여성일지라도 미적 전성기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에, 다시 말해 상대편 남자가 이를 기꺼이 감수해버리기에 나이 들어 결혼하는 것보다 부담도 적다. 여러모로 꽤나 괜찮은 선택인 셈이다.

물론 빨리 결혼해버리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겠지만 치열한 인생살이, 심장에 스크래치 내면서 싸우고 싶지 않은 사람들, 어서 빨리 안정적인 삶을 세팅하여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B.        전성기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불과 4~5년전만 해도 남성들은 이효리를 얘기했고, 전지현을 꿈꿨고 이영애를 가슴에 담았다. 지금은? 원더걸스가, 고아라가, 소녀시대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고 이효리는 눈가에 보톡스를 맞았다라 싱겁게 고백하고, 전지현은 예전 같은 열광적 인기를 잃은지 오래고, 이영애는 얼굴에 퍼부은 돈이 끝도 없다는 루머가 들려온다. 여성의 외모에 대한 자본화가 가장 극심하게 이루어진 연예계에서, 심은하처럼 어린 나이에 재벌가의 아들과 만나 뛰쳐나가버린 경우가(선택A) 아닌, 하루살이 같은 불안함에 위협당하고 있는 우리의 마돈나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일반인도 마찬가지, 나이의 무게는 여성을 미적 전성기에서 밀어내려고 전방위적으로 모진 압력을 행사하지만 아직까지 그 지위를 놓칠 수 없는 여성은 화장이든, 수술이든, 경락마사지든 할 수 있는 모든 발버둥을 쳐가며 버티기를 시전해야만 한다. 그를 통해 남들보다 몇 년 더 미적 전성기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황신혜처럼 마흔 넘어서까지 높은 자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이 선택은 항구적으로 쓰기가 너무도 어렵기에 선택 A나 C로 연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C.        전성기 이후를 준비한다:

비록 지금 아름답긴 하지만 당장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여성들은 정말 철저하게 미적 전성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공부를 하든 책을 읽든 음악을 듣든, 가능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땅으로 추락한 이후, 자기를 덮어주고 포장해주던 감투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여전한, 혹은 그 이상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가꿔나가야 한다. 많은 미적 전성기의 여성들이 별 볼일 없는 남성들과의 의미없는 데이트, 드라마 시청과 쇼핑, 수다떨기 및 가치없는 취미생활 등으로 시간을 탕진하고 있는데, 좀 냉혹하게 말하자면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 시기에 노력하는 사람들은 몇 년 안에 멋드러진 편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격을 제 손으로 빚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김주하 아나운서가 이런 류가 아닌가 싶다. 이 사람 나이가 무려 서른하고도 여섯인데 아직까지도 저렇게나 아름답고, 그 못지않게 어마어마하게 지적이며 그래서인지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본의 남성과 만나 결혼도 잘 했다. 미적 전성기 때 자신의 얼굴에만 만족하고 그로 인한 혜택만 누리는데 급급했다면 절대 도달하지 못했을 모습이다. 아마 그녀는 마흔이 되어도 오십이 되어도 여전한 매력으로 빛나지 않을까 싶다. 예쁜 얼굴이 아닌, 그동안 치열하게 준비해온 그 무언가로 말이다.



여성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분명 축복이다. 너무도 큰 선물이다. 받은 사람들은 정말 조물주와 부모님께 감사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제한이 있는 선물이고 곧 돌려줘야 할 선물이다. 그렇기에 가지고 있을 때 이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안 돌려주려고 있는 힘껏 버티거나, 아니면 묵묵히 돌려준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문성닷컴은 공식적으로 선택C를 적극 권장한다. 추천한다. 선택C로 살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에게 사은품이라도 안겨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셋 다 좋은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미적미적 젊음을 날려 보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남성과 여성’ – 대안제시편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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