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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여성과 남성 2편

문★성 2008.02.06 04:26 조회 수 : 192

  
아래 남성과 여성에 대한 글을 쓴 후, 또 주위 사람들과 이를 나누면서 내심 어느 정도의 반론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간의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라든가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다 라든가 하는 식의 혹평이 쏟아지고 내 논리가 뒤집어지길 바랬었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아래 글의 내용이 심히 불쾌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네가 틀렸다라고 말해주지 않았고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싸한대 식의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조금 심한 것 같다라고 의견을 제시해준 분이 한 두 명 정도 있긴 하였으나 그들 역시 내용 자체가 틀리다라고는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 다들 구태한 논쟁을 벌이기엔 공사가 다망하고 삶에 너무 지쳐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원래 계획했던 분량의 나머지를 마저 써보려고 한다. 글을 잘라 쓰는 것은 요즘 글이 너무 길어 읽기 불편하다라는 김모군의 평가를 의식해서이고 또 하나는 방금 언급했듯이 첫 번째 글에서 내 논리가 함락당하면 조용히 나머지를 머리 속에서 소각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라도 오늘 글은 지난 글보다 어쩌면 더 재수없을지도 모른다.


3.     예쁘지 않은 여성에게 조의를 표한다

아름다운 여성, 그러니까 내가 지난 글에서 말했던 여성으로서의 높은 사회적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전반적인 사회활동에 있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꼭 학점이라든가 연봉이라든가 하는 생존적 차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감정적, 가끔씩은 어느 정도 물질적으로 그들이 받는 인센티브는 상당한 편이다. 주위에는 늘 남성들이 우글대곤 하는데 손 한 번 들면 도와주려는 자원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같은 난관에 처했다 하더라도 아름다운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이 경험하는 원조와 도움의 손길의 차이는 확연할 정도다. 여기저기서 많이들 찾아대고 끈질기게 모셔대며, 심지어는 없는 자리에서까지도 다른 이들보다 많이 거론되고 회자된다.

게다가 그 아름다운 여성이 얼굴, 몸매, 스타일 등 외적인 아름다움 외에 아래의 요소까지 덤으로 갖추고 있다면, 일약 공주대접을 받기에 이른다.

1.        나이가 어리다
2.        결혼을 하지 않았다
3.        성격이 밝다 (밝아 보인다)
4.        속한 사회집단의 남성의 비중이 여성의 비중보다 월등히 높다.

재밌는 것은 위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첫째 전제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남성들의 관심은 비교도 안 될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성격도 좋고 밝으면 여기저기서 인기는 많겠지만 이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으로 인한 인기가 아닌, 놀기좋고 재밌는 동생 혹은 친구, 누나로서의 호감 정도에 그칠 뿐이다. 당연히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득도 그리 대단치 않다.

상황 하나를 설정해보자. 예컨대 정원 이백 명쯤 되는 공대 기계과에 몇 안 되는 여학우 중 한 명이 연예인 부럽지 않게 예쁘다면? 게다가 위의 네 가지 추가 옵션까지 갖추고 있다면? 혹 주위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교수님들, 조교들, 선후배들, 동기들에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절대 작지 않다.

만약 내가 그 기계과에 속한 동기 남학생이었다면 어땠을까? 나 역시 괜히 그녀 곁을 쭈삣거리며 말 한 마디 걸어볼 기회를 찾고, 숙제라든가 팀발표 등에서 어떻게든 도와줄 길이 없나, 어떻게든 그녀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너무도 많은 경쟁자들 속에, 그리고 그 중에서 각별히 그녀의 총애를 받는 몇몇 아주 고품질의 경쟁자들 때문에 결국 며칠 밤을 고민한 후 ‘내 주제에 무슨’ 같은 씁쓸한 미련을 남기며 포기했을 것만 같다. 그 후에도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그녀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찌릿하게 아파해가면서 말이다. 혹은 내 자신을 처량하게 보는 대신에 그녀를 질 나쁜 애, 머리가 텅 빈 애 정도로 깎아내리며 잘 엮이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라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의 대중적인 인기는 전혀 영향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큰 하자가 있지 않는 한 그녀는 학교에서, 회사에서, 연애 및 결혼시장에서 계속 높은 어드벤티지를 누리며 융숭한 대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생각해볼 때, 아름다움이라는 극히 물질적이고 불공평한 기준에서 결백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한편,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름답지 못한 여성들에게 조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모든 면에서 현격한 우월함을 가꿔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과 그 밖에 옵션들을 갖추지 못함으로 인해 득을 보지 못하거나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그래서 결국은 눈물과 질투, 한숨으로 그 차이를 인정하거나 더 많은 노력, 혹은 성형수술로 간극을 메워보려고 애쓰는 많은 여성들에게 남성의 한 명으로서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비극은 이게 다가 아니다.


4.     그렇다면 남성들의 선택은?

오늘 쓰는 글은 어디까지나 여성의 자본, 즉 아름다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남성의 자본에 대해서는 추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써 볼 예정이다. 아마 자해수준의 글이 될 듯.

이제 이런 여건 상에서 남성의 선택을 한 번 생각해보자. 연애라든가 결혼과 같은 여성과의 관계에 있어 아름다움이라는 자본은 과연 인생을 걸고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은 잠깐이라고 한다.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사귀거나 결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라고 말한다. 외모의 아름다움이란 것은 어차피 나이가 먹으면 사그라지는 것이 분명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객관성을 상실해 갈 터이고, 곁에 두고 계속 보게 되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의거하여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아름다움 역시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에 내가 말한 네 가지 옵션 또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 적어도 1, 2, 4번은 분명히 상실되고 3번 역시 결혼을 통해 상대방 심층에 내재된 성격의 전면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상쇄되거나 소실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듯 여성의 자본은 서서히 하락세를 달리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에 일정한 나이가 넘어서면 외모로 높이 평가받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스무 살 때는 어여쁜 A양의 외모가 별로 안 예쁜 B의 양의 외모보다 한 50점 정도 더 먹고 들어갔다하더라도 사십 살이 되면 그 차이는 5점이 날까 말까다. (어느 정도 나이에 이르면 여성의 자본은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다른 것, 이를테면 본인의 능력, 자산, 남편의 직업, 자식의 근황 등으로 대체된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논하기로 하자)

아마 이런 이유로 인해 많은 인생의 선배들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반해 인생을 투자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고 대신에 착하고 지혜롭고 성격좋은 사람을 구하라고 충고하는 것일 테다.

이들의 주장을 좀 더 체계적으로 묵상해보자. '착하고 지혜롭고 성격좋은' 등 아름다움을 제외한 조건들을 ‘사람 좋다’라는 한 단어로 축약해서 정리해보면, 남성이 만날 수 있는 여성은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A.        아름답고 사람좋은 여성
B.        아름답지 않지만 사람은 좋은 여성
C.        아름답지도 않고 사람도 별로인 여성
D.        아름답지만 사람은 별로인 여성.

A.        모든 남성들이 자기 주제파악도 못하고 허황되게 꿈꾸는 이상향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워낙 드물뿐더러 어려서부터 인기가 많아서인지 눈도 상당히 높아 감당하기가 극히 어렵다. 아름다운데다가 다른 모든 것을 다 갖춘,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자본을 갖춘 사람을 사기라도 치지 않는한 평범한 남성이 무슨 수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단, 그 여성이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어린 나이라면 또 모르겠다.

B.        현명한 남성들은 이런 여성을 붙잡고 인생을 걸 줄 아는 반면 우매한 남성들은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기회를 패스시키고야 만다. 가장 지혜로운 선택,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진데, 그러나 또 이런 사람은 어디 흔한가.

C.        의외로 많다. 사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성격마저도 미화시켜주는 힘이 있어 웬만한 단점은 남성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반대로 남성들의 치졸한 시각은 아름답지 않은 여성의 아주 작은 성격적 단점을 확대해석하여 사람 전체를 비화시키곤 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부지불식간에 남성들에게 B가 아닌 C로 분류되어 버린다. 반대로 여성들 입장에서 봤을 땐 ‘얼굴도 별로고 사람도 별로인 남성’이 대다수다. 나도 물론이고.

D.        소위 말하는 ‘얼굴값하는’ 사람들이 이 케이스. 이런 사람과 결혼하는 남성은 처음엔 사방에서 쏟아지는 부러워하는 시선에 괜히 뿌듯함까지 느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에 명시했듯 아름다움은 계속 상각되어 간다는 것, 그렇지만 그 대가로 치른 ‘얼굴값’은 평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늙어가는, 그래서 외적인 아름다움을 시시각각 잃어가는 상대를 바라보며 섣부른 선택을 했구나 하고 후회를 뱉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왕 그렇게 된 것. 위로가 되는 말 한 마디는 남겨주고자 한다.

“인종학적 확률을 따지지 않더라도, 당신의 아내가 아름답기 때문에 따님 또한 아름다울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즉, 따님 역시 당신의 아내가 젊었을 때 그랬던것처럼 큰 자본 하나 가지게 되는 거라고요. 지금까지 주절주절 설명한 대로죠. 즉, 당신이 재물복이 없어 따님에게 물려줄 돈 한 푼 없다할지라도 아름다움을 물려주었다면 따님은 그것만으로도 이 모진 세상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는 자본을 가진 것이랍니다. 그러니 부디 희망을 가지세요. 당신의 선택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였답니다. 하지만 따님이 어머니가 아니라 당신을 꼭 빼 닮았거나 딸은 없고 아들 밖에 없다면...... 그건 비극이겠죠”

하지만 비극은 이게 다가 아니다. 자그마치 삼편으로 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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