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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여성과 남성 1편

문★성 2008.01.11 21:21 조회 수 : 291


1.        마초로서의 여성


여기 ‘사회’라는 이름의 평형저울이 있다 치자. 그 한쪽에는 조심스럽게 ‘남성’을 올려놓고 반대편에는 ‘여성’을 올려보자. 평형이 하등의 고민없이 무너져 남성쪽으로 기울어버린다면 그 저울에는 마초라는 이름을 붙여도 무방하다. 잘 살펴보면 저울의 하단부분에 조그맣게 적힌 원산지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Made in Korea”. 너무 글씨가 작은 나머지 “Macho in Korea”로 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은 분명 야단스런 마초사회라는 것이다`.

여성부와 페미니스트들이 저리 설쳐대는데 이 나라에 마초가 어디 고개들 여지나 있느냐 반박하실 분도 있겠지만 가끔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과장된 여성운동은 그만큼 이 사회가 남자중심으로 많이 기울어진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억지스럽고 무리한 노동운동 역시 탄압과 부패로 점철된 부르주아지에 대한 불만에서 빚어진 것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마초의 역할을 담당하는게 비단 남성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군침을 흘리는 남성들의 욕구는 끝이 없고 그 욕구를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비중있는 기준의 하나로 들이미는 것은 저급한 수준의 성차별에 다름 아닌 고로 여성들은 이를 사회 전면에 거쳐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마땅할 터이다. 하지만 왠걸, 피해자인 여성들마저도 남성들의 잣대에 동조하여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들 역시 얼굴과 몸매의 예쁘고 안 예쁘고를 통해 사람을 가늠하고 성형수술, 화장, 운동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예뻐짐으로써 남성들의 저속한 기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여성이 태생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적어도 예쁘지 않거나 꾸미지 않는 다른 여성들에게 조소를 흘려서는 아니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떤가? 학교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각종 사회모임에서 비춰지는 여성을 향한 여성의 시선은 남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여성들은 스스로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태생적인 욕구를 넘어서 아름다운 것을 손에 쥐고 소유하기를 원하는 남성들의 성적욕구에 전염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관심받고 주목받기 위해서는 신체적 아름다움에 치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어버렸으니 이 무슨 덜 떨어진 사회구조란 말인가. 하지만 비극은 이게 다가 아니다.


2.        여성과 남성의 자본력


굳이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여성의 신체적 아름다움이 어엿한 하나의 자본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돈이 없더라도, 지혜와 학식이 부족하고 성격과 성품마저 별로라 하더라도 남들에 비해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있다면 높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고가에 연애, 혹은 결혼이라는 시장에 스스로를 전시하여 그만큼의 대가를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남성과 인생을 등가교환할 수 있는 것이다.
억울한가? 반대쪽도 만만치 않다. 남성의 자본은 다름 아닌 ‘돈’으로 집약되기 때문이다. 외모나 성격도 중요하지만 이는 ‘불량’ 수준만 아니면 웬만하면 통과되는 편이니 자본구성에 있어 비중은 실상 그리 크지 않다. 성격 좋고 착한 남자가 가장 인기가 많고 장가를 잘 가던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를 유혹하려는 와중에는 어떤 식이든 성격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신을 포장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무엇보다 능력이다라는 말도 많이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능력이라는 변수 역시 ‘지금 가지고 있는 돈’과 ‘앞으로 벌 돈’의 합으로 환산될 뿐이다. 사서삼경과 삼학사과를 통달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까지 나왔다 한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가진 돈도 없어 집에서 라면만 끓여드시고 있는 김아무개씨를 아무도 능력있다 부르지 않는 것을 보면, 머리 속이 청아하게 텅텅 비어있고 하는 짓이란 벤츠 끌고 다니며 부모 돈 펑펑 써대는 것밖에 없는 박아무개씨를 능력 있다 추켜세우는 것을 보면 결국 이 사회에서 남성의 능력은 돈에 한없이 근사해진다.

정리하자면, 여성은 신체의 아름다움으로 자신의 자본을 설정하는 반면 남성은 돈으로 스스로의 자본을 구축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멜로영화의 소재로 삼음직한 플라토닉한 사랑이나 정으로 두터이 쌓아올려 도저히 떨어져 살 수 없는 관계가 아니고서야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결합, 즉 결혼은 결국 자본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인기 여자연예인들이나 아나운서들이 보통 잘 나가는 금융업 종사자나 재벌2세와 결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들이 중소기업 다니는 평범한 남자와 연애하다 결혼했다는 소리 언제 들어본 적 있는가? 높은 자본은 또 다른 높은 자본에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불쌍해지는 것은 이 글을 쓰는 나, 혹은 이 글을 보는 당신. 즉 자본을 가지지 못한 여성과 남성들이다. 자본이 없는(아름답지 않은) 여성의 경우 높은 자본력을 가진 남성을 만나 인생의 역전을 꿈꾸지만 아름답지 않은 여성에게 허락될 신데렐라 스토리는 없다. 마찬가지로 자본이 없는(돈이 없는) 남성의 경우는 주제넘게도 예쁜데다 돈까지 많은 여자를 원하는데 글쎄, 이 역시 한낱 춘몽일 뿐이다. 그런 여자의 높은 자본을 무엇으로 인수한단 말인가. 성격이 좋기 때문에? 아서라. 성격은 웬만하면 다 좋다.

그래서일까. 여성들은 성형외과와 피트니스 센터에 의지하여 스스로의 자본을 억지로라도 키워가고, 남성들은 주식과 로또에 한 낱알의 희망을 걸다가 단란주점이나 각종 해괴한 곳을 출입해대며 정상적인 관계라면 결코 소유하지 못할 신체적 아름다움을 탐닉하곤 한다. 이 무슨 애처롭기 짝이 없는 사회란 말인가?

하지만 비극은 이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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